코디 벨린저
코디 벨린저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8.0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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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LA다저스 투수 류현진의 질주가 무섭다. 최근 MLB는 대홈런의 시대라고 할 만큼 방망이가 뜨겁다. 지난 5월 무려 1135개의 홈런이 터졌는데, 그것은 역대 월간 최다 홈런 신기록이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달인 6월에 1142개의 홈런이 터져 기록을 갈아치웠다. 8월2일 기준으로 7월까지 총 4478개의 홈런포가 터졌고 이런 추세로 간다면 시즌이 끝날 즈음엔 6712개의 홈런이 나온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지난해(5585개)보다 20% 급등한 수치이니, 그야말로 타고투저다.

하지만 류현진은 예외다. 우리가 중계로 보는 바와 같이 그는 이번 시즌에 오히려 피홈런 개수를 대폭 줄이며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다. 류현진은 6일 기준으로 9이닝당 홈런 허용 개수는 0.66개로 내셔널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1.53으로 압도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이다.

그런 그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는 것은 타자들의 타점 지원과 수비일 것이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며, 투수는 아무리 잘 던져도 0점을 유지할 뿐 이길 수는 없다. KBO에서는 좋은 수비가 나오면 `메이저리그급 수비가 나왔다'고 칭찬한다. 그 메이저리그급 수비로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선수가 다저스에는 있다. 이제 메이저리그 3년차인 그는 수비뿐 아니라 4번 타자이며, 홈런왕의 강력한 후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코디 벨린저.

지난 5월13일 다저스가 워싱턴과 겨룬 홈경기에서 류현진이 선발 등판했다. 노히트노런을 이어가던 그는 6회 초 1사 상대 투수 스트라스버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위기였다. 노히트노런 중에 안타를 맞으면 이후 투구가 급격히 무너지는 일은 멘탈이 중요한 야구 경기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 우전 안타는 우익수 코디 벨린저에게 잡혔고, 엄청난 송구로 1루에서 타자는 아웃되었다. 우전 안타를 우익수 땅볼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 수비 하나로 류현진은 8회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갔다. 비록 그가 8회 1사에 맞은 안타로 인해 대기록은 이루지 못했지만, 벨린저의 수비는 류현진에게 특급 도움이 되었다. 그날 다저스는 승리했고, 류현진은 다섯 번째 승리를 거머쥐었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흔히 듣는 해설자의 멘트 중 하나가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경기 흐름의 터닝 포인트는 홈런이나 시원한 싹쓸이 안타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입이 딱 벌어지는 호수비가 나왔을 때다. 한 선수가 받기 힘든 공을 받아 낼 때, 던질 수 없는 곳에 정확히 던져 아웃시킬 때, 해설자는 그것이 이 경기 전체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한다. 아마 한 팀의 동료도 상대팀 선수도 해설을 듣는 사람도 모두 그 해설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지난 2주간 캠퍼스는 참 뜨거웠다.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선생님들의 출석 수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학도 반납하고 오직 공부할 마음으로 학교에 왔는데, 밀도도 강도도 높은 수업이 연일 이어지고, 논문 발표와 계획서 발표에 밤을 지새우다 보면 선생님들의 공부는 어느새 여가가 아닌 일이 되어 버린다. 어디 교육대학원 선생님뿐이랴?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수험생의 마음도 그럴 것이고, 끝없이 취업을 위해 매진하는 청년들 역시 비슷할 것이다.

한 선수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 시도가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고 승패의 흐름을 바꾸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늘 하던 플레이에 힘이 빠지고 늘어질 때, 공부가 여가가 아닌 일이 될 때, 우리들의 삶에도 코디 벨린저가 나타나 삶의 활기를 북돋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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