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광복절엔
이번 광복절엔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8.07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일주일 후면 광복절이 도래합니다. 하여 비장하기 그지없는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읊조려봅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중략) /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르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중략) /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처매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중략) /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그리고 가슴 벅찬 `광복절 노래'를 흥얼거려봅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중략) / 이 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그렇게 좋은 날이 저만치 오고 있는데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작금의 나라 형편이, 돌아가는 꼴이 한심하고 부끄러워서입니다. 범부인 저도 이럴 진데 애국시민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돌아보니 우리는 그동안 반쪽짜리 광복에 안주하며 살았습니다. 그것도 다행이라 여기며 감지덕지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이었습니다. 민족상잔의 6.25 참화를 입은 후 남과 북이 휴전상태로 대치하며 서로를 경계하고 증오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남쪽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G20국가 반열에 올랐고, 북쪽은 3대 세습을 공고히 하며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보유해 미국을 회담장에 불러들이는 군사강국이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다고는 하나 대치와 대결 양상은 여전해 온전한 광복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각설하고 이번 광복절은 일본이 한국의 행태가 저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경제보복이라는 핵폭탄을 이 땅에 투하해 전란 속에 맞습니다. 피 말리는 경제전쟁에 말려들다 보니 우리가 덩치만 커졌지 아직도 일본으로부터 경제독립과 기술독립을 하지 못하고 살았구나 하는 국민적 자괴감과 성찰이 생기고 일본을 넘어서야 민족의 미래가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건 정치권의 행태입니다. 아직도 결사항전하자는 주전파와 대화로 풀자는 화전파로 나뉘어 내부싸움에 골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보다 못한 민초들이 임진왜란 때 의병처럼,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처럼 의병을 자처하고 전선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분노한 민초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NO 일본, NO아베'를 외치며 `일본제품 안 사고, 안 타고, 안 먹고, 안 보기와 일본 관광 안 가기'를 기치로 내걸고 맹렬하게 적진 속으로 돌진하자 첨단무기를 장착하고 기세등등하게 진군하던 왜군들이 멈칫합니다. 아무튼 생각할수록 괘씸한 나라가 일본입니다. 지난 과거의 악행들을 들추지 않더라도 그렇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라고, 한·미·일 동맹의 굳건한 우방국가라고 믿고 내밀한 군사기밀까지 공유하며 애써 친하게 지내려 했는데 이처럼 등 뒤에 비수를 꽂는 배신행위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는 그들입니다.

극동아시아에 영토를 둔 그리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리 작지도 않은 한국과 일본이지만 동·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를 모두 개최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이고, 세계경제와 문화예술을 선도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매우 근사한 나라이고 민족임이 분명합니다만 그럼에도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아 믿을 수 없거니와 이번 경제보복이 시사하듯 우리의 발전과 통일을 바라지 않을뿐더러 끊임없이 옛 영화를 추구하고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이번 광복절은 이런 일본의 야욕을 분쇄하고 경제독립과 기술독립을 앞당기는 기념비적인 날이 되어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