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생태적 감수성 체험기 4 - 숲의 일부가 되어 기능하기
핀란드 생태적 감수성 체험기 4 - 숲의 일부가 되어 기능하기
  •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 승인 2019.08.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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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이제 슬슬 이곳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바람이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바람이 장난을 치는 것 같다고 할까? 아마도 숲에 들어온 지 두 시간이 지나가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지니고 있던 일반적인 시간감각이 숲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이 저절로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졌다.

갑자기 헬씨아 자연센터 선생님이 손수건을 펼치더니 그 위에 이것저것 늘어놓기 시작했다. 손수건 위에 놓인 것들은 공통점이 없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지닌 물건들이었다. 숲으로부터 얻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숲의 생동감을 보여주는 것들, 죽은 나무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들, 곤충의 삶, 새들의 삶 등….

우리는 모두 둥글게 모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보이는 나무의 종이 얼마나 많을까? 여기 이것은 숲의 다른 것들과 어떤 상호작용을 주고받을까? 그리고 모두 떨어져서 조용히 5분 정도 가만히 앉아서 숲의 소리를 들어보았다. 새소리에서부터 바람이 부는 소리, 바람이 일으킨 나뭇가지의 노랫소리, 저 멀리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까지. 숲은 가만히 앉아서 귀 기울이고 있는 내게 갑자기 다가와 `재잘재잘' 숲의 삶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주변 나무들과 새소리, 물소리 등이 자신들의 오랜 역사를 순식간에 보여주고 지나갔다.

마치 이대로 가만히 계속해서 앉아있으면, 숲의 거대한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나를 옭아매었다. 심지어는 `내가 원래 숲의 일부인가?'하는 생각이 막 머리를 스칠 때,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다들 모이라는 신호였다. `와! 대단하다, 이 숲!'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오면서 동시에 머리끝이 쭈뼛 섰다. `이래서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을 기르자고 하는구나. 이래서 안전한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거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평소에 감성보다는 이성을 따라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물리를 전공한 내가 이런 마음을 갖다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모두 숙연해진 마음으로 숲 속에서 갈 길을 재촉했다. 다양한 숲 속의 언어를 배우고, 숲과 하나 되는 기이함도 체험해보며, `어떻게 하면 숲과 함께하는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숲의 초입처럼 많은 베리들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에 도달하게 되었다. 어느새 숙연했던 마음은 다 사라지고,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우와! 여기 베리 엄청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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