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잣대
고무줄 잣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8.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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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사람 보는 눈은 똑같다.

낙하산과 발탁 인사 사이에서, 특혜와 우대 사이에서 혼동된다면 구분하는 법은 간단하다.

나를 위한 사람인지, 조직을 위한 사람인지만 알면 된다.

공신이라는 이름으로 요직을 꿰차고, 수십 년 근무해도 사무관 자리 오르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세상에서 공정한 채용은 흙수저나 힘없고 배경 없는 이들이 매달리고 싶은 마지막 희망인지도 모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최근 취업심사를 요청한 퇴직공무원 62명에 대한 7월 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심사 결과 취업예정기관 간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 7건은 취업제한을, 법에서 정한 취업 승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3건은 취업불승인을 결정했다. 나머지 52명에 대해서는 퇴직 전 업무와 취업예정업체 간의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관련성은 인정되나 승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취업 가능(취업승인 5건 포함)으로 결론 냈다. 승인비율은 84%에 이른다.

퇴직심사 결과를 보면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기준은 퇴직 전 업무와의 관련성이 당락을 좌우한다.

하지만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도 어느 직위에 취업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업무 연관성이 없는데 전문성을 요하는 기관으로 재취업 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

7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내역을 놓고 보면 경찰청 퇴직자 12명의 경우 심사에서 취업가능 결정을 받아 기업 이사, 보험회사 실장, 보안과장 등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충북도 지방별정직 1급 상당으로 2년 전 퇴직한 설문식 전 정무부지사는 취업제한 결정으로 충청학원 이사로 활동하려다 발목이 잡힌 반면 지난 6월 교육부에서 4급으로 퇴직한 공직자는 취업가능 결과로 모 대학 사무처장으로 8월부터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정무직 공직자는 모 예술대학 총장으로 취업 승인을 받았다. 지난 7월 퇴직한 국방부 소속 육군중령은 취업가능 결정으로 kb국민은행 본부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4급으로 퇴직한 공직자는 취업가능 결과를 받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어느 기업이든 높은 직위는 그만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다.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이나 기업의 높은 자리에 앉는 것도 문제지만 업무 연관성이 없는 기관의 높은 자리로 재취업하는 것은 과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찬열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17명의 교육부 출신 사립대학 교원이 재직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연봉 제출자 11명의 평균 연봉은 약 9000만원에 달했다. 이들 중 5명은 퇴직 당일 또는 이튿날 바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찬열 의원은 이른바 교피아에 대한 전관예우 문제를 지적하고 전관예우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한 엄격한 취업심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인사혁신처에 대한 국감에서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직자취업제한은 특혜 등 부당한 유착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사회의록을 공개해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공직자들보다 올해 치러진 충북도교육청 일반행정직 시험에 도전해 개청이래 최고령 합격자 기록을 세운 57세의 남성 합격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년까지 불과 4년 근무를 하겠지만 그에게는 특혜나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없으니 얼마나 당당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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