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이 온다
플랫폼 노동이 온다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0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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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주말에 큰 사고를 낼 뻔했다. 정상적으로 파란 불을 보고 교차로에 막 진입하려는 순간, 신호를 무시한 채 내 앞길을 가로질러 마구 달리려던 오토바이와 충돌할 뻔했다. 찰나의 순발력으로 핸들을 급하게 꺾어 자동차를 우회전하면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게 질주를 시도했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크게 놀랐음에도 “죄송합니다. 신호를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라며 사과를 하고는 쏜살같이 가던 길을 내달린다. 그 무모한 운전은 요즘 흔하게 거리를 위협하는 배달 오토바이, 즉 `플랫폼 노동'의 대표적 전형이다.

`플랫폼 노동'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플랫폼 노동'은 앱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근로형태를 말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등장했다. 우버, 요기요, 카카오 드라이버, 타다, 쿠팡 플렉스 기사 등 앱을 통해 배달대행 또는 대리운전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으로 손꼽는다.

알게 모르게 변화하는 생활 주변 노동의 구조적 변화에 우리는 둔감하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혈기왕성한 짜장면집 배달원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를 잠시 실버세대가 차지하더니 이제는 그마저 음식점에서의 직접 고용형태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타난 배달전문대행업체의 광범위한 등장. 세상은 이처럼 민감하게 시장 질서를 선도하고 있으나, 아직 우리는 이런 노동구조의 변화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진단이거나 사회적 적응의 연착륙 등의 정책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플랫폼 노동'은 우리의 건전한 주말을 위협하면서 거리질서와 노동자 복지를 교란하고 있다. 배달 앱을 통한 오토바이의 난폭한 질주가 주로 이루어지는 지방도시에서의 `플랫폼 노동'은 특히 주말을 위협한다. 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또 배달건수에 따라 소득의 정도가 달라지는 구조 탓에 이들의 난폭한 질주는 도심의 거리를 위태롭게 하지만 이를 단속하는 경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대책도 마땅하지 않으니, 오로지 관료의 세계만 변화에 둔감한 상태에서 느긋한 휴일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 사이 시민들은 부쩍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기술이 진보되고 4차 산업시대의 장밋빛 청사진이 서둘러 제시되고 있는 와중에 `플랫폼 노동'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방향성과도 일치되는 일이다. ILO는 `플랫폼 노동'을 온라인 작업의 웹(Web) 기반 일자리와 배달운송, 가사서비스 직업처럼 `지역장소(local)'기반의 일자리로 구분한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플랫폼 노동자가 이를 (고객의)집으로 배달하는 체계는 확실하게 지역성(local)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O2O(On line to Off line)체계로 일컫는데,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우선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는 경우와 배달 음식을 먹는 경우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달에 소요되는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 대부분의 노동자(노무제공자)가 사용자에게 속하지 않은, 즉 고용 피고용의 관계가 아니라 자영업자 신분의 특수고용노동자의 형태로 일을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되는 4대 보험을 비롯한 각종 노동복지에 대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점 역시 더불어 살펴봐야 하는 일도 온전히 지방자치단체의 몫이어야 한다.

앱과 웹 등 첨단의 디지털플랫폼을 바탕으로 주선 또는 중계에 해당하는 범위에서의 폭리 또는 노동착취의 우려도 차단하면서, 낮은 대우와 위험의 외주화, 그리고 취약하기 그지없는 안전의 위협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할 때를 노동시장은 이미 만들어 놓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신기술은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실의 편리함을 택하는 진보를 추구하면서 기존 틀에서의 변화를 미룬다면 지금 주말의 불안이 언젠가의 혼란으로 커질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천국'으로 우리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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