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와 도전
승부와 도전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9.08.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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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그들이 또 한 번의 도전장을 던졌다. 여태껏 수 없이 축구경기를 가졌지만 청룡은 강호를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그때마다 청룡은 강호에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럼에도, 청룡은 결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강호 또한 가슴 한쪽 편에는 공연한 부담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동구와 석진의 학창시절 급우였던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의 팀을 과시하다가 그것을 계기로 승부를 갖게 되었다. 그로 인해 한여름 땡볕 아래 그들은 젊음으로 축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무릇 그렇듯이 서로가 처음 승부를 겨룰 때 겉으로 태연한 척했지만 나름대로 긴장은 모두에게 지니고 있는 듯했다. 아마도 서로의 낯설은 어색함 속에 앞으로 예상되는 일들이 어찌 전개될지 아는 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시간을 두고두고 치열함을 즐기게 될 줄은 처음부터 약속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동안 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청룡의 석패가 지고는 못 사는 껌딱지처럼 끈질기게 도전을 하며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드디어 심판의 호루라기가 울리고 그들의 첫 승부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과 시작은 언제나 긴장감을 안겨다 주었다. 두 팀 모두 누구에겐 잘 되었던 드리블과 패스가 왠지 모르게 엉뚱하게 빗겨가고 있었다. 이렇게 축구경기를 엉망으로 하는 걸 보면서 승부를 가리겠다고 떠들던 그들의 큰 소리가 생각나 지인들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긴 그동안 두 팀은 주변의 약한 팀들을 운 좋게 이겨 본 탓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우쭐거렸다. 하지만, 점점 부딪칠수록 언젠가 강자를 만나게 된다면 큰코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허나 그보다는 정규소속 팀들은 아니더라도 그들만의 승부를 불태우는 것 또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경기는 시간이 갈수록 답답함만 커져가고 그럴수록 거친 숨소리는 목숨이라도 걸은 사람처럼 양 팀을 더욱 거칠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은 골이 말해 줄 거로 생각했다. 아직은 승부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런데 후반 2분을 남겨놓고 어이없게 청룡이 강호에게 자살골을 선사하고 말았다. 강호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마치 신의 짓궂은 장난 같았다. 그런 반면 청룡의 기세는 풀이 죽을 때로 죽은 모습이었다. 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이라는 것이 냉혹한 것 같았다. 후반 종료 시간의 호루라기가 울리며 경기가 끝이 났다. 승부가 사소한 차이의 순간이 아쉽게 결정지어지고 마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 뒷맛이 씁쓸한 것 같았다. 그리고 청룡은 즉석에서 도전장을 던졌다. 도전의 의미가 어찌 되었든 승자는 강호였다. 그 후로도 청룡은 강호에게 숱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때부터 그들의 역사가 이렇게 이어져갔다.

사람들은 작고 소박하지만, 저마다 삶을 위해 승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승부가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패자의 반응이다. 비록 패하였더라도 그에 굴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하는 모습 속에서 승부욕에 대한 집념이 생존 본능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이다.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또 하나의 도전이다. 그럼으로 승리의 찬사보다 도전하는 아름다움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도전은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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