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탈일본 선언
5년내 탈일본 선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8.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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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위기의 대한민국 경제. 2019년 여름의 무더위까지 잊게 할 정도로 우리 경제계가 초비상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와중에 일본의 소재 부품 수출 규제까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두 악재 중에서 일본의 규제 조치가 더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적인 이유는 IT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1/4에 달하는 산업 구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자원없이 오로지 기술로 이뤄낸 우리의 경제가 기술로 공격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딛친 것이다.

정부와 재계가 부품 소재 국산화를 천명하고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꼭 극복해야 할 절대절명의 과제다.

소재부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벤처 업계의 암울한 현실을 나타내는 뉴스가 지난 주말 전파를 탔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25일 일본의 수출 규제에 영향을 받게될 관련 중소기업 335개사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부품 국산화에 성공해도 판로가 없어서 만들 수 없다는 응답들이 많이 나왔다.

협회가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인터뷰에 응한 기업 대다수가 대기업과의 1, 2차 협력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일본의 부품을 대체할 국산 소재 부품을 개발하더라도 대기업이 사주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은 부품을 개발하고도 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봇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은 인터뷰에서 국내 중소 기업이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대기업이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

이 기업은 “대기업이 품질 관리와 양산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납품을 허가하지 않는다”며 “과거 대기업으로부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로 다시 우회 납품하는 방식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한국 국적의 기업에 납품을 받는 것을 꺼리고 있으니 억지로라도 미국 법인을 만들어 우회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일부 대기업이 협력사들에 아예 일본 부품을 쓰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로봇 부품을 생산하는 이 기업은 “거래 관계인 대기업이 반드시 일본 부품을 쓰도록 지정해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 부품을 수입해 (제조 과정에) 쓰고 있다”고 밝혔다.

국산화에 성공한 부품의 사장을 막기 위한 정부, 대기업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제품과 기술에 대해 정부가 강제성을 두고 납품 쿼터제를 운용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또 다른 기업 대표는 “부품 소재의 국산화엔 많은 연구 개발 비용이 들어간다”고 전제하고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을 어느 정도 담보해주고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일정 부분 판로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5일 정부가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 분야에서 `5년내 탈 일본 선언'을 했다. 한마디로 기술 독립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이날 대책 발표에서 핵심은 크게 세가지다. 우리 산업에 필수적인 100대 수입 품목의 공급 안정성 조기 확보, 수요 공급 기업간 협력 모델 구축, 강력한 추진을 위한 적극적 지원 등이다. 그 중 두번째 수급 기업간 협력 모델 구축이 눈에 띈다. 정부가 이를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는 것은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도 대기업이 사주지 않으면 망해버리고 만다는 국내 소재·부품 산업계의 현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초일류 중소기업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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