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누리의 기적을 재현하자
조은누리의 기적을 재현하자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08.0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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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화이트 국가는 `안전 보장 우호국'이나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등으로 해석된다.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나 부품 등을 수출할 때도 허가신청 절차를 면제해줄 정도로 상호신뢰가 두터운 우방국을 의미한다. 일본은 한국을 포함 27개국을 화이트 국가로 지정하고 수출 우대혜택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국을 더 이상 일본 안보에 우호적인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며 혜택을 박탈했다.

일본의 이 조치로 부품 등 원자재 확보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28일부터 일본에서 수입할 때 1100여개 품목에 대해 건건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구실을 갖다대는 데 명수인 일본 정부가 이런저런 핑계를 동원하며 수출규제 품목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일본의 이 조치는 `선전포고'로 간주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일본의 교역 파트너들에게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 국민의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기피 추세도 일본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쌍방이 모두 피를 흘리는 무모한 조치를 강행했다. 한국에 더 큰 피해를 준다면 우리의 피해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일종의 자해행위인 셈인데, 상대를 두 대 때리고 한 대만 맞으면 성공이라는 셈법이 인정받는 곳은 싸움터 밖에 없다. 더욱이 한·일간의 경제적 분쟁은 누가 승자가 되든 상처말고는 얻을 것이 없는 소모적 다툼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아베 정권의 목적은 한국의 무릎을 끓려 강국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일본이 도발적 조치를 강행한 날 청주에서는 한 야산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양이 10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돼 돌아왔다. 조양의 극적인 생환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적은 불가사의 비슷한 초현실적 과정이 아니라 철저한 현실 인식과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수색작업의 고된 여정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군 수색견 `달관이'였지만, 달관이를 조양에게 인도한 주인공은 군·경·소방대원과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의 땀이었다.

조양이 실종된 지난달 23일부터 구조된 날까지 수색에 투입된 연인원은 5790명에 달한다. 생계를 미루고 수색에 참여한 시민들도 있었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장맛비와 싸우면서도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수색범위를 넓혀나갔다. 정신의학과 교수와 언어치료 전문가, 특수학급 교사 등 전문가들의 조언도 조양의 동선을 추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산악전문가들은 10일 밤낮을 야산에서 헤매다 구조된 조양을 두고 기적에 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반드시 나를 찾아낼 것이라는 조양의 믿음과 반드시 살아서 우리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수색대의 믿음이 소통하며 일어난 기적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2차 경제도발을 강행한 날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며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대로 일본의 터무니없는 겁박에 굴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이상 대통령의 결기와 구호만으로 국민을 결집시킬 수는 없다. 실효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믿음과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1차적 과제이다. 조양 구조를 위해 민·관·군이 촘촘한 공조체제를 운영한 것 처럼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 극대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지원을 굳게 믿고 앞으로 닥칠 시련 극복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사투 끝에 생환한 조양의 굳은 의지와 정신력을 상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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