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가?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08.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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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어떤 의미이며, 이를 실천하는 것은 요원한 일인가?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만 제대로 실천해도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나와 너를 구분하며 습관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이 없는 지공무사한 세상, 불필요한 대립과 반목 없이 모두가 다 함께 합심 협력하는 행복한 세상을 이 땅에 이룩하는 것이 성경의 일차적 목적일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성경은 `내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 할 때,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목한 연후에 다시 와서 예물을 바치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등 `막말 논란'으로 고발당한 데 이어, 후원금 횡령 혐의로 또다시 고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기총 조사위원회(위원장 이병순 목사) 위원 6명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혜화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광훈 목사를 횡령과 사기, 공금 유동 등의 혐의로 혜화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병순 조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올해 1월 29일부터 현재까지 한기총 주관으로 18차례 행사를 치렀지만, 헌금들이 한기총 계좌가 아닌 전광훈 개인 계좌 혹은 본인이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계좌에 입금됐다고 말했다.

전광훈 대표회장도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한기총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병순 목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뒤, “현재 한기총 재정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한기총으로 돈을 넣으면 다른 데로 다 빠져나가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지출 내역 등 본인의 이름과 한기총 명의의 계좌 등을 오늘이라도 모두 공개하겠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자신을 고발한 조사위원 중 한 명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 경쟁 후보 측 사람이었다며 “저에 대한 여론을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발에 나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기총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전 목사가 한기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한국기독교와 국민을 기망했을 뿐만 아니라, 한기총 사무실의 임대료도 밀려 있고, 한기총 상근직원 6명이 몇 달 채 급여도 받지 못한 채, 해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기총 조사위원회 이병순 위원장과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은 둘 다 목사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역을 하는 목사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과 주장은 사뭇 다른 것은 어떤 까닭인가? 둘 중 누가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상대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인가?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동일 단체에 소속돼 하느님의 뜻을 펼치는 성직자라면, 입으로만 하느님의 뜻을 들먹일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를 뿐,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면서 대립-반목해선 안 된다. 둘 중 “내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 할 때, 형제와 서로 화목하지 못한 일이 생각나거든 물러나 화목한 연후에 다시 와서 예물을 바치라”는 성경의 말씀을 아는 자는 누구인가? 원수는 차치하고 이웃을 제 몸과 같이 사랑하고, 100리 길은 고사하고 10리만이라도 동행하며, 일곱 번씩 일흔일곱 번은 그만두고 일곱 번만이라도 용서할 수 있는 의인은 누구인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내 스스로를 부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질 의인은 없는가? 누가 제 주견을 비우고 `심령이 가난한 자'되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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