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넘어서기(2)
일본 넘어서기(2)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7.31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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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많은 분이 제게 이릅니다. 분하고 괘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아직은 일본을 대적할만한 힘을 비축하지 못했으니 일본을 어르고 달래서 한국경제에 물린 재갈을 풀어야 한다고.

그리하여 그들이 쏠 제2 제3의 보복폭탄을 미연에 방지하고 홀로서기를 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또 많은 분이 입에 거품을 물고 제게 이릅니다. 일본이 전례에 없는 무역보복을 감행한 것은, 그것도 한국에만 특정해서 갑질을 한 것은 문제인 정권의 대 일본 외교실패와 무능 때문이라고. 어려운 한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되레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으니 타도함이 마땅하다고 말입니다.

또 많은 분이 제게 이릅니다. 우리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니 당당하게 맞서서 이번 기회에 일본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고.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친일파 기득권 세력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때가 왔다고 말입니다.

자고로 나라에 전란이 터지거나 그럴 조짐이 보이면 맞서 싸워야 한다는 주전파와 굽혀서라도 전란을 막아야 한다는 화전파가 있기 마련입니다. 둘 다 우국충정의 발로지만 적전분열이나 자중지란이 되어 자멸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니 국론통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등에 붙은 불이 온몸으로 번지려 하는데도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말은 쉽지만 축적된 일본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단기간에 넘어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하고자 하면 능히 할 수 있는 나라이고 민족입니다. 먼저 정부와 경제계와 정치권은 일본이 감행한 1차 보복과 제2 제3의 보복폭탄이 투하될 경우의 수를 상정해놓고 우리와 일본이 입을 직접피해와 간접피해를 망라한 총체적인 손익계산서를 내놓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국민의 협조를 얻어 강력히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과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아직 따라잡지 못한 일본산 원천기술과 신소재제품에 대한 기술개발을 앞당겨 국산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일본의 대 한국 침탈역사와 우리 조상들의 대 일본 저항역사를 올곧게 가르쳐야 합니다.

언론과 종교계도 국익을 우선하는 보도와 포교활동을 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도 내부에 남아서 기능하고 있는 일제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일본산 제품을 혈세로 사서 쓰는 우를 더는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친절, 질서, 청결, 응집성 등의 좋은 점은 배척하지 말고 벤치마킹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을 잘 다독거려 친하게 지내자는 세력들을 무조건 친북파로 규정해서 매도하고, 일본과 척지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는 세력들을 친일파로 낙인찍어 매도하는 편 가르기와 분열행위를 중지해야 합니다. 북한도 일본도 종당에는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이웃이고 나라이니 경계를 하고 경쟁을 하되 서로 존중하고 상생함이 마땅합니다.

그들보다 잘살고, 그들보다 국방력이 튼튼하고, 그들보다 경제력과 문화력이 높고, 애국심이 투철하면 문제 될 게 없으니까요.

끝으로 일본으로 관광 가는 한국인이 해마다 6백만 명에 이르고 있는데 우리보다 인구가 배나 많고 소득도 높은 일본인은 한국에 그 절반도 오지 않고 있음을, 한국인들은 일본산 차를 선호하고 많이들 소유하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한국산 차를 거들떠보지도 않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일본에 자극받고 벤치마킹해서 웃자란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일본에 대들면 안 된다고, 그러면 큰코다친다는 피해망상은 금물입니다. 일본 넘어서기는 결코 꿈이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출산의 기쁨은 진통 뒤에 오는 법, 고통을 감내하며 의연하게 그 길을 갑시다. 지금부터, 나부터.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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