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의원의 품격과 의정대상
중진의원의 품격과 의정대상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7.31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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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내년 4·15총선을 8개월여 앞둔 요즘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활동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덩달아 의원들의 활동상황을 홍보하는 보도자료 생산량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나 언론사에서 선정한 `의정대상'을 받았다는 자료가 잇따라 배포됐다. 충북도내 의원 8명 중 4명이 의정(헌정)대상을 받았단다. 활발한 의정활동을 인정받아 이런 상을 받았다니 축하할 일이다. 도내 의원 절반이 `일 잘하는 의원'에 선정됐다니 이들을 뽑은 도민들의 눈썰미도 보통은 아닌 것으로 입증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의원들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수상한 의원들이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청주 서원) 의원은 시민단체에서 시상하는 헌정대상을 받은 후 4선 이상의 중진 의원 46명 중 유일하게 헌정대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대표발의 법안 가결률 53.1%로 전체 300명 국회의원 중 2위를 차지할 만큼 내실 있는 입법활동을 인정받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같은 당 변재일 의원도 지난달 한 언론사에서 시상하는 의정대상을 수상한 후 지역구인 청주시 청원구의 현안인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활동 △지역 경쟁력 향상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주공항 거점 항공사 도입 지원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강호축(강원~충청~호남 연결) 개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높게 평가받아 수상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변 의원은 비슷한 시기에 여성단체에서 수여하는 우수국회의원상도 수상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1년간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았다. `식물국회'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심지어 석 달 전 공직선거법과 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몸싸움으로 `동물국회'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일본의 경제보복과 러시아의 독도영공 침범 등 엄중한 상황에서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막말은 정치 자체를 혐오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요즘 피로감을 호소한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데도 국회의원이 일을 잘했다고 상을 받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일 좀 하라'고 호통쳐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물론 국회의원들 입장에선 이런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다. 줘서 받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상을 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나의 의정활동을 훌륭하다고 칭찬해주는데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이다.

상을 받은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요즘같이 어수선하고, 일 안 하는 국회로 손가락질을 받는 시점에서 홍보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뿐이다. 전체 국회의원의 4분의 1 정도가 받는 상이 그렇게 홍보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의원들이 받는 의정대상 중에는 이 상이 홍보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를 정로도 그 권위를 의심해 볼만한 것도 있다.

오제세 의원과 변재일 의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4선 중진의원이다. 중진의원은 `말 한마디가 정치 그 자체'로 인정받는 무게감을 가진다. 국회의원들이 일 안 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요즘 초·재선 의원이나 써먹을 법한 의정대상 수상을 홍보하는 게 4선의 품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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