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눈이 먼 능소화
사랑에 눈이 먼 능소화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7.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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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능소화/ 이원규)



시인이 말하듯이 능소화는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그런 꽃일까?

여름의 대표적인 꽃, 능소화가 한창이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하늘을 능가하는 꽃(宵花)이라 했을까? 능소화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붙임뿌리(흡착근)로 다른 물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성식물이다. 꽃은 장마철이 시작되는 초여름에 피어 가을까지 계속해서 핀다. 그래서 시인은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말하고 있다.

꽃은 미처 시들지 않은 꽃봉오리 채 동백꽃처럼 깔끔하게 떨어진다. 구질구질하게 나무에 매달려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모습이 양반들 눈에는 `명예'스럽게 보였나 보다. 그래서 꽃말도 명예이고 양반들이 좋아하여 양반집에만 심었다는 귀한 대접을 받아 온 꽃이다. 그런 꽃이 정말 눈을 멀게 할까?

언제부터인지 능소화 꽃가루가 눈을 멀게 한다는 말이 퍼졌다. 아마도 임금의 하룻밤 사랑을 받은 궁녀가 임금을 기다리다 지쳐 죽어서 된 꽃이라는 전설 때문에 생긴 말인 듯하다. 꽃가루에 눈이 먼 것이 아니고 사랑에 눈이 먼 것이겠지? 실제로 능소화의 꽃가루를 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보아도 눈을 멀게 할 만한 구조도 아니며 독성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쩌면 평민들은 능소화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양반들이 퍼뜨린 유언비어(?)일지도 모르겠다.

양반들이 뭐라 해도 점차 능소화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따뜻한 남부지방에 관상용으로 기르던 것이 요즈음은 거의 전국적으로 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능소화는 노란색이 많이 섞인 붉은색으로 거의 옆을 향해 핀다. 그러나 요즘 들여온 미국 능소화는 꽃이 좀 더 작고 주로 위를 향해 피며 좀 더 진한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어이하나/ 어이하나 /여린 내 마음속에 / 주체할 수 없는 / 사랑의 불덩어리 품었네 /지난여름 다가도록 / 뜨거운 땡볕 속 / 돌 담장에서 초가지붕 위 하늘까지 /빨갛게 열정을 불태워도 /이루지 못한 사랑 /애타는 마음속은 / 누렇게/ 누렇게/ 타들어만 가는데 /그리움에 진저리치며 / 잠 못 이뤄 속앓이 하는 / 유난히도 달 밝은 밤 /요염떠는 능소화 / 어찌할까나 / 어찌할까나 /용광로 같은 내 마음속에 /시뻘겋게 끓어 오르는 /사랑의 불덩어리를 품었네(능소화 /박병식)

간밤의 비바람에 능소화 꽃잎 우수수 떨어져 길바닥에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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