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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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7.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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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전쟁이 시작됐다. 총성 없는 전쟁에 우리나라는 속수무책이다.

명분을 앞세운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전쟁에서는 논리보다 누가 먼저 백기를 들게 만드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은 이달 초 반도체 핵심 소재인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경우 한국은 폴리이미드의 93.7%, 리지스트의 93.7%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에칭가스도 절반에 가까운 43.9%를 일본에서 들여온다.

한국의 아킬레스건만 건드리니 정부도 경제계도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의 경우 일본이 세계 감광액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이 필수 공정의 국산화율은 0%다. 에칭가스 소재 역시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에칭가스 일본 의존율은 44%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시장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77.5%에 이른다.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과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에서도 삼성·LG디스플레이가 업계 1위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반도체를 만들 핵심 소재는 일본이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도 못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나니 뒷북처럼 국내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길부 무소속 의원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그간 여러 정부에서 소재·부품 국산화를 추진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성 장관은 이에 대해 “소재·부품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국산화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독립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시도지사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할 능력이 충분한데도 일본의 협력에 안주하고 변화를 적극 추구하지 않았던 것 같고, 중소업체가 개발에 성공해도 수요처를 못 찾아 기술 등이 사장되기도 했다”며 “우리 역량을 총동원하면 지금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소재와 부품을 만들고 연구할 청년과학자들의 불확실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점이다.

한국연구재단이 공개한 정책연구보고서`청년과학자의 애로요인 분석 및 연구환경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인식 갭조사'에 따르면 애로사항 1위는 졸업 후 진로의 불확실성으로 나타났다. 또한 진로 및 취업 관련 애로사항으로는 1위가 계약직 등으로 인한 고용의 불안이었고, 2위가 전공 관련 일자리의 부족이었다. 청년과학자들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안건 1위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보람을 느껴야 하는 청년 과학자들이 먹고 살것을 걱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기술력을 외친다 해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기술력은 정치인의 입이 아니라 청년과학자들의 손에 달려있는데 정작 그들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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