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 … 강단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교수들
대학 위기 … 강단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교수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7.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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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대학 희망 퇴직 땐 명퇴금 등 재정 부담


전임 교원 확보율 저하 … 구조개혁 평가지표 영향


충북보과대·서원대 등 희망·명예퇴직 수용 최소화
`철밥통'이라는 교수들도 흔들리고 있다.

가르치고 연구에 몰두했던 옛날과 달리 요즘 교수들은 학생모집에 취업률까지 챙겨야 하는 등 교수생활이 힘들어지면서 대학을 떠나고 싶어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교수들은 강단을 떠나고 싶어도 마음대로 내려올 수가 없다.

이유는 10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허리띠를 졸라맬 만큼 예산이 줄어들면서 퇴직 희망자들을 눌러 앉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충북보건과학대 송승호 총장은 올해 초 교직원 전체 회의 자리에서 전임교수들의 희망퇴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희망퇴직교수(근무 경력 20년 미만) 증가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주요 지표인 교원확보율이 저하되고 명퇴금에 따른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학에서 희망퇴직으로 학교를 떠난 교수는 최근 5년 간(2015년~2020년 2월 말 기준) 20명에 이른다.

올해도 4~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8년 이상 재직한 경우 최대 12년까지 3년치 월급을 챙겨줘야 하다 보니 대학 입장에서는 재정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희망퇴직 교수가 늘면 전임 교원확보율이 저하돼 평가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건과학대의 경우 몇 년 전 전임교원확보율은 78%였지만 올해는 65% 내외로 10%P 이상 감소했다.

이 대학은 희망퇴직을 더이상 받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고 명예퇴직(근무경력 20년 이상)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충북보건과학대 관계자는 “전임교원확보율이 100% 미만인 경우 대학 내에서의 정원 조정을 할 수 없다”며 “입학 자원이 부족한데 신규교수를 뽑기도 어렵고 전임교원확보율과 인건비 문제로 희망퇴직자를 모두 수용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원대학교는 최근 몇 년 사이 6~7명의 교수가 대학을 떠났다.

명예퇴직자가 많을 경우 지급해야 할 명예퇴직금이 부족해 명퇴 신청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등록금이 10년간 동결됐지만 서원대의 경우 10년 사이(2011년과 2019년 비교) 전임 교수는 150명에서 250명으로 40% 늘었고, 직원은 80명에서 120명으로 50% 증가했다.

교수는 교원 확보율 지표 충족을 위해, 직원은 업무 증가가 원인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요즘은 강의 시수도 많고 학생 모집은 물론 상담도 해야 하고 취업도 시켜야 하는 등 교수생활 자체가 힘들다”며 “명퇴금을 받을 수 있을 때 강단을 떠나고 싶어하는 교수들은 많지만 예산이 부족한 대학들은 명퇴 신청을 수용할 수도 없다 보니 명퇴 수당을 폐지한 대학들도 꽤 있다”고 밝혔다.

/김금란기자

silk8015@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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