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예술교육과 거점대학의 역할
충북의 예술교육과 거점대학의 역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7.29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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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지역의 사립대학에서 예술학과가 잇따라 통합되고 폐과되면서 지역예술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적으로 예술을 배울 수 있는 대학 교육과정이 사라지면서 지역의 예술인 양성도 어려워졌다. 불과 2~30년 전만 해도 대학이 너도나도 예술관련 학과를 개설해 운영했던 것과 달리 이젠 골칫거리 학과로 전락한 것이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30년도 안 돼 교육의 정책과 방향을 수정하게 된 데에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줄어드는 학생 수보다 대학은 많고, 학교경영에 도움이 안 되는 학과가 늘면서 대학은 폐과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교육부가 취업률을 대학평가에 최우선으로 하면서 전공학과와 대학의 존폐문제까지 결정한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대학의 인재교육이 돈으로만 환산되는 신자본주의에 밀려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지역예술의 위기는 대학의 예술학과 통·폐과로 가속화 되고 있다. 전문 예술인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축소되고 폐과되면서 지역에서 예술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예술 인재라고 해도 비싼 돈을 내고 타지역 대학으로 진출하거나, 예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충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도내 대학에는 철학과 국문학 등 인문분야와 예술분야 학과가 절대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사립대학이 앞다퉈 신설했던 예술대학에 회화과가 없어지고, 국악과와 무용과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남아 있는 예술관련 학과도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고 폐과로 가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예술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거점국립대학인 충북대학교의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 10개의 거점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예술관련 학과가 없는 곳이 충북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지역예술계가 공공성이 담보된 거점대학에 예술관련 학과의 신설을 요구하는 근거에는 지역학생들의 교육권이다. 지역 학생들이 지역에서 예술교육을 받을 권리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교육권리의 차별이다. 국가의 교육기관인 국립거점대학 충북대학교가 위기를 맞은 예술학과를 신설해 종합대학교로서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지역예술인들의 요구다.

위대한 예술가는 지역의 토양을 먹고 그 토대로 성장한다. 어린 시절 다양한 경험과 습이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키워준다. 척박한 토양에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던 시절은 지났다. 경제적으로도 문화예술은 지역의 미래다. 문화예술의 도시를 표방하면서 전문적인 예술 교육과정 하나 없는 교육도시로 방치한다면 지역경제와 지역예술의 꽃은 만개하기 어렵다.

이제 국립대학이 나서야 한다. 거점국립대학으로서 충북대학교가 그 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할 차례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에서 지역 내의 인재들에게 교육기회를 확대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국립대가 예술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대해 사립대와의 변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지만, 작금의 교육 현실에선 차선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지역예술계도 거점대학에 예술학과가 신설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다양한 예술장르가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미래의 예술인재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예술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대학과 예술계가 함께 할 때 지역예술도 거점대학으로의 역할과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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