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9453 대 32
2만9453 대 32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7.29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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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이쯤되면 굴욕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자동차 부문 무역 수지 불균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아니 불균형이 아니라 `100대 빵'의 불가항력적인 게임 스코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자동차 수입액은 6억2324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억9380만달러)에 비해 26.2% 뛰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규모로, 2015년 연간 수입액(6억5476만달러)에 육박한다. 상반기 평균 환율로 환산하면 7천억원이 넘는다.

한국인의 일본 차 선호도는 5년 전 부터 급속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 일본 차 수입 대수는 4만1518대였으나 이후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며 2018년 5만8503대로 3년 만에 40.9%나 올랐다.

올해 상반기 수입 대수도 2만94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4125대 보다 22.1% 증가했다. 이 수치는 상반기 기준 수입 물량으로 계산하면 역대 최대치다.

일본 차의 수입 단가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 차의 1대당 수입 가격은 2만1161달러(2506만원)로 1년 전의 2만468달러 보다 3.4% 높아졌다. 고급 일본 차를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에 수출되는 한국 차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차를 2만9453대를 사는 동안 일본에 팔린 한국 차는 32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가 대부분이며 승용차 판매량은 손가락으로 꼽아야 한다. 판매 대수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일본차 시장은 수입 브랜드들이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는 2001년 일본에서 승용차 판매에 나섰다가 시장 진입에 실패하고 2009년 현지 법인을 철수시키며 일본 시장 진출을 접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협회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실제 일본에선 한국 차의 판매만 이뤄지지 않을 뿐 매년 30만 대 정도의 수입 차들이 팔린다. 특히 독일 승용차들이 인기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차들은 매년 20만 대나 팔린다. 2016년 일본 자동차수입조합의 통계에 따르면 그 해 독일이 메르세데츠 벤츠는 6만7386대, BMW는 5만571대, 폭스바겐은 4만7234대나 팔렸다.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차만 외면할 뿐 다른 자동차 수출국의 승용차는 선호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본인들이 한국 차를 외면하는 데에는 품질, 사후 관리, 디자인, 가격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한국이 3만 대의 일본 차를 수입하면서 수출하는 차는 30대가 고작이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으로 쉬 납득하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여름 휴가를 반납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경제 비상 상황 등 산적한 현안에 취임 후 처음으로 휴가를 취소했다. 우리 경제의 90%를 떠받치고 있는 IT산업 분야의 부품 소재 수출을 제한하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없앤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양국간 정치적 타결만이 최선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재 부품 정밀 기계 분야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초기술격차'를 감안하면 IT한국의 미래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 확보'다. 안사면 안되는 부품, 꼭 사고 싶은 자동차…. 그런 것들을 만드는 경쟁력을 갖춰 기술 종속에서 해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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