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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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4.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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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쇄박물관의 역할에 걸맞는 위상
강 태 재 <직지포럼 대표>

전국 255시·군·구의 조직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당해지역의 규모와 지역특성 등을 감안한 차별화된 조직편제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문화관광분야에 역점을 두는 자치단체들로서 전주시는 전통문화국, 경주시는 기획문화국, 제주시는 문화사업국을 두어 여타 자치단체에 비해 문화를 중시한 조직체계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때, 청주시의 경우에도 진실로 '살맛나는 행복한 청주'를 만들고자 한다면 '직지문화국'이라는 명칭의 국단위 문화조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청주는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한 책인 직지의 고장이다. 비록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인쇄술(1455년)이 세계인류사 최대사건 최고의 발명으로 첫손 꼽히지만, 12세기 무렵부터 고려에서 금속활자인쇄술이 시작되었고, 그 산 증거가 직지(1377년)이며, 어떠한 경로로 서양에 전해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유네스코는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직지상을 제정 2년마다 시상하고 있다. 따라서 청주시에는 '직지문화국'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고, 이런 주장을 펴왔던 터다.

청주시는 지난해 한국정책평가연구원에 조직개편용역을 의뢰했는데, 이때,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직지세계화추진단 등 직지관련 부서도 포함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문화예술체육회관, 청주고인쇄박물관, 직지세계화추진단을 통합하여 '직지문화예술사업단'으로 묶는 개편안을 만들었다. 이 안은 당초 조직개편 용역 결과와는 다르게, 또 직지포럼 등 시민사회가 주장한 직지문화국 신설 또는 고인쇄박물관장 직급 상향조정 등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이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기는커녕 한층 더 아래로 깎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승인과정에서 이 개편안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직지세계화추진단을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흡수 통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입법예고 중에 있다. 기존 문화예술체육회관은 당초 계획대로 방대한 규모의 체육시설부문을 청주시시설관리공단에게 넘겨줌으로써 청주예술의 전당과 시립예술단만 남게 되었다.

좀 어정쩡한 모양세가 되기는 하였으나 앞에서 말한 직지문화예술사업단이라는 이름의 시 사업소 기구아래 고인쇄박물관이 편제되는 것보다는 좀 낫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직지를 전담할 국(局)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대신 직지관련 업무를 고인쇄박물관으로 단일화한 것에 의미를 두면서, 박물관장의 직급을 상향조정 함으로써 전담 국(局)에 버금가는 역할을 수행토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사업영역이 넓어지고 인력과 기구가 늘어난 만큼 상응하는 조직개편과 직제조정이 따라야 한다. 진작부터 박물관장의 직급을 높여줄 것을 바랐던 터에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면 당연히 그리 돼야 옳다.

혹여 새로운 상위직급 확보가 어렵다면, 청주의 미래를 위한 조직의 우선순위를 가리고 살펴서 결정할 일이다. 시당국과 시의회의 심도있는 논의를 기대한다. 조직이란 것은 한번 정해지면 쉽게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히 할 일이다.

청주시가 그동안 직지세계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방만하게 사업을 벌여놓은 면도 없잖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센터 유치 운운하기 이전에 청주고인쇄박물관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하며, 직지를 직접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직지를 상징으로 하여 미래지향적 사업방향을 정립하고, 내실 있는 직지문화특구를 조성하는 등 세계인류유산인 직지를 통해 세계적인 문화도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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