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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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19.07.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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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용례 수필가
김용례 수필가

 

새벽부터 굴삭기소리가 요란하다. 며칠 전부터 신작로에서 우리 동네로 들어오는 길에 빨간색으로 금을 그어 놓더니 오늘부터 파 재끼나 보다. 이제는 수돗물을 먹을 수 있다. 생각하면 소음, 먼지, 불편함쯤은 참을 만하다.

삼 년 전 작은 집을 지어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보는 사람마다 “집 정리 다 됐지요.” 가 내게 건네는 인사다. “아직요” 가 대답이다. 집만 덜렁 지어 놓았으니 삭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집을 직영으로 하다 보니 공사하고 남은 자제를 치우는 일도 일 년 이상이 걸렸다.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무리 작은 집을 지어도 있을 건 다 있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 삶도 끝나는 날까지 완공하지 못하고 진행 중인 공사현장이지 싶다. 한 생애를 사는 동안 마음도 수시로 무너진다. 함께 사는 사람이 무너뜨리고 직장상사에게 깨지고 믿었던 사람이 벽을 허물어뜨린다. 겉으로 드러나는 몸도 잘 관리를 해야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마음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약한 부분이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어떤 날은 쉽게 보수가 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대책이 없는 날이 있다. 내부수리는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난공사다. 스스로 바로 세워야 하는 예민한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종교에 의지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공부를 한다. 외부공사는 누군가 대신 해 줄 수 있지만, 내부공사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며칠 전 동네형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다. 깜짝 놀라 병문안을 갔더니 무릎을 너무 썼더니 고장이 나서 보수 공사했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보수공사는 잘됐지요?”해서 또 웃었다. 우리 인생은 완공할 수 없는 공사를 하며 사는 것이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이라는 집을 짓는다. 아이들이 생기고 그 아이들 대학만 졸업시키면 내 할 일 다 했다 생각했지만 아니다. 취직하고 나니 결혼, 결혼시켜놔도 끝이 아니다. 크면 클수록 더 큰 일로 가슴 떨리게 한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다 힘들고 어렵다. 언제쯤이면 시원하게 “집 정리다 했어요.”라고 할까. 선반 하나부터 꽃 한 포기까지 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몇 달 전 마당 공사를 했다. 집 짓는 일보다 쉽지 않다. 포크레인이 들어와 마당을 파헤쳐 수로를 묻고 물길을 냈다. 키 큰 나무를 심고 다시 거기에 맞춰 계절별로 볼 수 있는 작은 나무와 꽃을 심어야 한다. 끝없는 노동력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쉽게 가는 삶이 없듯 거저 이루어지는 것도 없다. 봄부터 시작하는 풀 뽑기는 한여름인 지금까지도 계속이다. 오늘도 잔디밭에 풀을 뽑는 손등으로 햇살이 따갑게 쏘아댄다. 이 더위에 간신히 기운 차려 살만하면 놔두질 않는다고 풀들이 내게 욕을 하는 것 같다.

공사현장이나 우리 삶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늘 치열하고, 시끄럽고, 살벌하다. 못질을 하고 다시 못을 빼고 새로 만들고 뜯어내고 끝없이 보수공사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마 이생을 다하는 날까지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햇살이 산등성이를 타고 마당으로 들어온다. 나는 꽃삽과 호미를 들었다. 이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는 공사장 굴삭기에서 시원스럽게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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