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 설치 다수결로 정할 사안 아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다수결로 정할 사안 아니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7.24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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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충북도의회에서 충북도청내 직장어린이집 설치 문제가 제기됐다.

이옥규 충북도의원(자유한국당·비례대표)은 지난 19일 열린 도의회 제374회 임시회 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도청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촉구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여성상시근로자 30 0인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한다.

이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도는 임시회 직후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도는 “도청 내에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른 직장 어린이집 설치 기준에 맞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도의회 청사 신축 이전에 따라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우 원론적인 입장 발표였을뿐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지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현재 제2청사 기본설계엔 직장어린이집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도는 직원들의 설치 요구가 낮은 점도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늦어지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지난해 10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172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 시 이용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2명 중 `이용하지 않겠다'가 68.6%(70명)로 `이용하겠다' 31.4%(32명)보다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도에서 공개한 설문조사결과는 결국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해 다수가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그 만큼 신속하게 처리할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현상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때때로 불통행정의 원인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다수결의 원칙이 완벽한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도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면 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는 직원 자녀에게 위탁보육비를 지원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얼핏보면 다수의 공무원을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분명한건 현재 도는 모든 영·유아 양육 직원에게 위탁보육비(만5세 기준 11만원)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사업장에 부과되는 이행강제금(벌금)을 면제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도청 직원들의 생각은 도의 설명과는 다른 모양이다.

도 공무원노조는 22일 성명을 내 “도청 직장어린이집 설치는 어른들의 선택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의무”라며 “궤변과 시간 끌기식 행태를 고수하는 (이시종) 도지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평소 큰 목소리를 내지 않던 도 공무원노조에서 현직 도지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건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불거진 직장어린이집 설치논란에서 지난 2005년 충북도와 장애인단체 간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저상버스 도입문제가 겹쳐진다.

당시 도는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수적으로 적은 장애인들을 정책집행의 우선 순위에 두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논리도 내세웠다.

그러자 장애인들은 단식농성 중에도 틈만 나면 도지사 면담을 요청하며 도지사실 진입을 시도하는 등 극한투쟁을 벌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수혜자의 수보다는 인간의 존엄성과 준법정신이 먼저 판단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양측 간의 갈등은 도에서 점직적인 저상버스 도입과 자립생활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일단락됐다. 도청내 직장어린이집 설치문제도 다수결이 아닌 소수의 수요라도 있으면 정해진 법을 지켜야 하는 기본의 문제다. 저출산문제 해소와 여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주요도정 운영방침 중의 하나로 꼽고 있는 충북도라면 더더욱 기본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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