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운 학교 공간
학교다운 학교 공간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7.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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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교육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참 많이 변해왔다. 하지만 옛날과 오늘날을 비교해 보아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학교급에 관계없이 참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직사각형 학교 공간이 아닐까 싶다. 변하는 것은 다 좋고, 변하지 않는 것은 적폐라고 단정할 수야 없지만 사람과 시대가 변했는데, 살아가는 공간, 공부하는 공간이 그대로라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기는 하다.

예능에도 출연하여 유익한 지식을 공유해준 한 건축학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학교 건축이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고 혹평을 했다. 학교와 교도소 둘 다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창문의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제는 어느 한 학교만 교도소를 닮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한 양식으로 지어지면서 학교의 전체주의적 성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4~5층의 높이는 10분의 짧은 쉬는 시간 안에 운동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어 학생들은 점점 실내 생활이 늘게 되고, 배움의 터전인 자연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그의 해결책은 이렇다. 첫 번째,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어린이들이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인간이 수십만 년간 생활해온 환경에 반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존의 고층 학교 건물에 부속된 운동장 구조가 아니라, 저층의 건물을 여러 채 짓고 그 건물 사이사이에 정원을 두어 학생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커다란 중고등학교의 운동장을 숲 공원 등으로 옮기는 것이다. 담벼락에 둘러싸여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숲 속 나무에 둘러싸여 뛰놀게 되고, 먼지 날리는 운동장이 아니라 숲 속 조깅 코스를 뛸 수도 있다. 셋째, 아파트나 학교 건물은 사람의 몸에 비해 너무 커서 일종의 시설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건물의 저층화, 분절화를 통해 건물의 크기를 줄이고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공간을 만들고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 주는 것이다. 다양한 천장 공간 구조 역시 공간을 새롭게 보는데 역할을 하게 된다. 즉 건물의 높이는 낮추고, 천장 고도는 높여서 학생들의 생각을 열어주고, 자연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교류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의 대안이다.

최근 교육부에서도 학교 교육 혁신 사업 중 공간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공간과 틀이 바뀌면 교육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학교는 `제2의 집'이 되어야 한다고 피력하는 것이다. 학생 중심으로 학습 공간을 다양화하고 놀이 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창의력과 감성, 사고력을 키울 계획이며, 다양한 휴식 공간, 교실 재배치, 창작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 무대와 드라마실 등 활동을 위한 공간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도서관, 수영장, 체육관 등을 복합화하여 지역 주민의 생활 거점으로 역할을 다하고, 학생과 지역민의 동선을 분리해 교육공간의 보안은 강화하면서도 참여하고 교류하는 공간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성도가 30여명 뿐인 작은 교회를 설계하여 기부한 한 건축가가 있다. 그는 교회다운 교회의 핵심은 절제라고 밝히면서 15평의 단층 구조에 50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 교회를 지었다. 그 작은 공간은 교회의 크기가 커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학교다운 학교의 핵심은 무엇일까? 학생과 선생님이 그리고 학부모가 지역주민이 함께 그곳에서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숙해져 가는 것 아닐까? 절제의 핵심 아래, 작고 낡고, 수평적 구조를 가진 교회 공간이 탄생했다면 인간다운 성숙의 핵심 아래 어떤 학교 공간이 탄생할까? 변화는 벌써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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