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대하여
바닥에 대하여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7.24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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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정 호 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시를 읽다 보면 `바닥'이란 말의 말놀이 같기도 합니다. 바닥이라고 생각했으나 바닥이 아닌, 바닥을 딛고 왔지만, 바닥이란 없는,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그런 바닥. 다양한 바닥이 언어의 층을 이룹니다. 그처럼 바닥은 분명히 우리가 닿는 어느 지점일 겁니다. 그것이 인생의 밑바닥이라면 극복해야 할, 보이지 않는 큰 산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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