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은' 여름 록페스티벌
`차갑게 식은' 여름 록페스티벌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7.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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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지산' 개막 3일전 취소 … 예견된 참사
공연시장 변화 영향 … 2013년 이후 내리막길

대형 록 페스티벌이 개막 사흘을 앞두고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26~28일 경기 이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9 지산 락 페스티벌'을 주최·주관사 디투글로벌컴퍼니가 23일 돌연 취소했다.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업계와 록 팬들은 분통을 터뜨리지 않았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록 음악의 하향세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국내에서 유독 도드라진다. `지산 락 페스티벌' 취소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면서, 예상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한국형 록페스티벌이 열린 지 20주년을 맞는 해다. 소수의 록 팬들은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잊을 수 없다. 악천후로 첫 날 몇 팀 공연만 열리고 나머지가 취소되는 등 공연 환경은 엉망이었지만, 한국 록페스티벌에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이후 몇 년 간 열리지 못하다가 2006년부터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라는 이름으로 재개됐다. 그러나 이 축전을 함께 치러온 두 공연기획사가 이견을 드러내면서 2009년 페스티벌이 2개로 쪼개졌다.

이때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라는 양대 록 페스티벌 구도가 형성됐다. 인천 펜타포트는 하드록, 출연자 섭외력이 뛰어난 지산 밸리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록 팬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다가 2012년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가 지산 밸리에 헤드라이너로 나서면서 한국 록 페스티벌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2013년 수도권의 여름 대형 록 축제가 5개가 난립한 이유다. 하지만 섭외 경쟁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솟은 외국 톱 밴드의 출연료, 한정된 수요 등으로 인해 상승세는 이내 꺾였다. 록페스티벌들이 색깔·메시지 전달 능력을 상실, 청중과 공감대를 이루는 데 실패하면서 `록페스티벌의 종언'이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다. 이 음악산업적 논리에 동의하느냐 여부와 별개로 피로감이 가장 컸다.

결국 2010년부터 지산 밸리 주최사로 나섰던 콘서트 업계 큰손 CJ ENM은 2017년을 끝으로 축전을 내려놓았다.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는 건너뛰었다.

록페스티벌이 록밴드가 아닌 EDM과 힙합 팀을 대거 라인업에 올리면서 축제 성격이 변질됐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오기는 했다. 이미 화려한 라인업보다 콘셉트와 정체성이 분명한 음악 축전들은 인기였다. 정통 재즈와 대중음악이 고급스럽게 섞인 `서울 재즈 페스티벌', 우리음악의 고수들을 내세운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등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다.

록 밴드는 한국의 록 축전 대신 단독으로 내한공연하는 일이 잦아졌다. 라디오헤드의 프런트맨 톰 요크는 28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으로는 첫 내한공연한다.

콘서트 업계 관계자는 “이제 록밴드만으로 라인업을 꾸리는 축전은 힘들 것”이라면서 “힙합과 전자음악 스타가 어우러지거나, 대형 록스타의 단독 공연으로 콘서트 시장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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