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생태적 감수성 체험기 3 - 숲 속 생태계 몸으로 배우기
핀란드 생태적 감수성 체험기 3 - 숲 속 생태계 몸으로 배우기
  •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 승인 2019.07.24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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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핀란드의 환경은 대부분 습지라 각종 이끼류, 버섯류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식용버섯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노라니 어느덧 동심으로 돌아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멜리사는 커다란 식용버섯 몇 개를 채취하더니 저녁식사 시간에 이 버섯을 요리하자고 했다. 먹어보면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멜리사가 채취한 큰 버섯을 본 이후 우리도 버섯 찾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결국 몇 시간이 지난 후 버섯 채취에 성공한 것은 한 명뿐이었다. 우리 모두 식용버섯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독버섯만 계속 눈에 띄었다. 먹을 만한 건 사람들이 다 따갔나 보다 하고 포기할 무렵, 강원도에서 온 선생님이 큰 식용버섯을 찾았다.

멜리사는 외국인 특유의 억양으로, 하지만 정확한 한국말로 감탄했다. “맞아요. 잘 찾았어요.” 나는 막 바구니에 들어가 모습을 숨기는 버섯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거야?”

숲 속으로 한참 걸어 들어갔을 때, 헬씨아 자연센터 선생님이 멈춰 섰다. 주머니를 내밀면서 나무로 된 빨래집게를 하나씩 고르라고 한다. “응? 이건 뭐 하는 거야?” 빨래집게를 고른 후에 다른 사람의 것을 보니 색이 여러 가지였다.

알고 보니, 노란색은 식물, 초록색은 초식동물, 빨간색은 육식동물을 의미했다. 이 활동은 식물인 사람은 초식동물을 피해 숨어서 움직이지 말고, 초식동물은 식물을 찾되 육식동물을 피해 다녀야 하며,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찾아다니는 역할극을 체험해보며 숲 속 생태계를 배우는 내용이었다.

노란색 빨래집게는 식물이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자리를 찾아 숨어야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초식동물에게 잡혔다. 설명을 들을 때만 해도,`굳이 어른들이 이런 체험을 직접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식물이 되어 가만히 앉아 주변에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무미건조한 감상은 사라졌다. 내 역할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면서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그런데 잡힌 후에 일어나면서 습한 진흙에 넘어져 바지가 흙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움직이지 않고 쪼그려 앉아있다 보니 다리가 풀린 것이었다. 젖은 흙이라 더 엉망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날 핀란드 숲의 많은 부분을 남들보다 더 배웠다. 핀란드의 흙은 선태식물이 많은 곳답게 많은 영양분이 포함된 부식토 같은 흙이며 고운 입자들이 마치 화장품을 바른 것 같은 효과를 낸다는 사실까지 배워버렸다. 놀면서 체득한 것이라 그 누구보다도 나는 더 오래 그 사실을 기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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