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
청년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7.23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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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일을 서두르면 망치기 십상이다.

더디더라도 돌아가야 한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교육정책이 그렇다.

정치인이나 교육감의 입맛에 맞춰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면서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최근 정부가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청년들의 역량강화와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인데 또다시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이번 강화 방안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대기업 고졸 직원이 대학에 입학하면 정부가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현재는 중소·중견 기업 고졸 재직자가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을 정부가 대줬다. 또한 청소년들의 중소기업 취직을 늘리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중소기업 화장실과 샤워실 개보수 비용을 지원해 준다.

문제는 대기업에서 고졸 직원을 선호하지 않고 입사한 고졸자가 버티지 못하는 조직 문화는 그대로인데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싶다.

대기업 고졸 채용인원을 보면 2013년 1만772명이었지만 2017년 5399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공공기관 고졸 채용인원도 2013년 2018명이었지만 2017년 1858명으로 감소했다. 취업한 고졸자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전국 73개 대학의 재직자특별전형 충원율은 2018년 54.9%에 그쳤다.

충남대학교 이병욱 교수의 자료를 보면 재직자의 후진학에 참여 또는 지원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83.7%가 향후 참여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31.6%가 후진학을 지원할 경우 생기는 업무 공백 등을 지원할 인력이 없고, 22.4%는 회사 차원에서 후진학을 지원했을 때 얻어지는 이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학벌로 사람 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청년에게 희망 사다리를 놓아주기 위해 세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지방대학을 다닌다고 지잡대로 불리고, 돈 없고 배경 없다고 흙수저로 불리고, 고졸자는 가방 끈 짧다고 무시당하는 세상에서 고졸자가 설 자리는 없다.

4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친척 동생은 여전히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현지 생활에 적응할 무렵 호주의 대학에 편입했고 지금은 졸업 후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안되냐?”라는 가족의 권유에도 그는 완강히 거부한다. 돌아오면 할 일이 없다고.

그는 “호주에선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부모가 뭐하냐고 묻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어 남의 눈치를 안 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며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놀고 있다는데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외교부 워킹홀리데이인포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우리나라 청년은 3만7671명이었다. 지난해에는 4만1250명으로 2년 사이 3579명이 증가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4802명을 대상으로 `이민'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8%가 `기회가 된다면 외국으로 이민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73.7%를 기록한 20대가 가장 높았다. 해외 이민을 가고 싶은 이유로 51.2%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떠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부모든 친척이든 비빌 언덕이 있어야 살아남는 요즘 청년들이 바라는 희망이 이민을 가는 것이라고 하는 데 정치인들은 이런 속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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