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예술교육, 대학이 나서야 한다
충북의 예술교육, 대학이 나서야 한다
  • 임승빈 시인·충북예총회장
  • 승인 2019.07.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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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임승빈 시인·충북예총회장
임승빈 시인·충북예총회장

 

강의 시간에 한 학생이 말했다.

“시, 소설 수필을 비롯한 모든 문학은 사람의 정서를 위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의 모든 예술도 사람의 정서를 위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왜 모든 예술이 다 있어야 합니까? 시든, 소설이든, 연극이든, 무용이든, 한 가지만 남기고 다른 것은 다 없애도, 인간의 정서는 표현되고 함양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공부하기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데, 왜 복잡하게 모든 게 다 있어야 합니까?”

그래서 나는 말했다.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다. 그러나 그 수가 70억이나 된다고 해서 한두 사람만 남기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다 죽여도 되는가. 장미꽃, 배롱꽃, 제비꽃, 달개비꽃도 다 같은 꽃이니까, 한두 가지만 남겨놓고 다 없애도 되는가. 소나 돼지, 노루나 토끼 등도 다 같은 동물이니까, 한두 가지만 남겨놓고 다 없애도 되는가.

예술도 마찬가지다. 모든 음악, 모든 미술, 모든 무용 등은 그 장르마다 정서를 드러내는 방법이 다르고, 또 그를 통한 감동의 양상도 다르다. 때문에 모든 예술은 다 함께 존재해야 하고, 다시 새로운 장르도 끊임없이 생겨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특히 우리 충북지역의 대학교육은 그렇지가 않다. 교육부에서 취업을 최우선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전공학과와 대학의 존폐문제까지를 결정하다 보니, 철학은 물론, 국문학을 비롯한 많은 인문분야와 예술분야 학과가 절대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예술대학에 회화과가 없어지고, 국악과 무용과가 사라진지 벌써 오래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전설적인 국악인 박팔괘의 고장이고, 무용가 송범, 이상만의 고장인 충북에 국악인, 무용가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이 굳이 타지로 유학을 가야만 하는가. 그런 불편 없이도 마땅히 교육받아야 할 그들의 권리를 이렇게 무시당해도 되는 것인가.

예술전공을 폐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립대학들은 이렇게 말한다. 교육부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고, 학교 경영에 어려움을 주는 전공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물론, 그런다고 해서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왜 그런 학과까지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운영을 하지 못했는가.'라는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강요할 순 없지만. 원망스러운 마음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이제 국립대학이라도 나서야 한다. 국립대학은 국가의 교육기관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지역 예술지망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마땅히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분야의 모든 전공을 다 개설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급한 대로 지금 이 지역에 없는 전공만이라도 시급히 개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신성한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가 교육기관으로서의 무한책임을 다하는 국립 종합대학이고, 지역 거점대학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나는 다른 광역시도의 국립 거점대학처럼, 우리 충북대학교의 예술대학 설립을 촉구한다. 또 그를 통해 명실상부한 종합대학교로서의 위상을 갖춰 지역의 예술발전에도 크게 기여함은 물론, 젊은이들의 교육권 또한 분명히 보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론, 국립 충북대학교가 우선 급한 전공부터 개설을 통해 예술대학 설립을 추진한다면, 지역 예술계는 모든 힘을 다해 성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을 위한 대학교육과 지역 예술계의 오랜 숙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가슴이 따뜻한 국립 충북대학교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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