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해성 투서·강압감찰에 극단적 선택 충주 여경 순직 인정 … 명예 되찾았다
음해성 투서·강압감찰에 극단적 선택 충주 여경 순직 인정 … 명예 되찾았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7.22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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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순직 가결 … 유족에 통보
충주署 태스크포스팀 꾸려 지속 도움
1계급 특진·국립묘지 안장 가능성 ↑

속보=“아내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돼 다행이에요.”

음해성 투서 탓에 강압 감찰을 받고 숨진 충주경찰서 소속 여경 故피모 경사(사망 당시 38세)가 `명예'를 되찾게 됐다. 꼬박 2년 만이다.(본보 6월 24일자 3면 보도)

피 경사 배우자이자 동료 경찰관인 정모 경위는 22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눈물을 쏟아야 했다.

인사혁신처가 피 경사 순직 신청안을 가결했다는 소식.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뒤 흘린 한(恨) 섞인 눈물과는 분명 달랐다. 가슴 속을 빽빽이 채우고 있던 슬픔을 뚫고 나온 결정체였다.

진한 감정은 정 경위 목소리에 그대로 투영됐다.

“그동안 하루도 편히 잠든 날이 없었어요.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는 버젓이 잘살고 있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또 억울했으니까요.”

그는 슬픔 속에서 한줄기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순직'. 달랑 종이 한 장에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아내 명예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끈이었다.

“순직 처리 소식을 전해 듣고 좋았어요. 억울하게 세상을 등진 집사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피 경사 순직 인정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강압 감찰 사건 피의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늦어진 까닭이다.

그나마 피 경사 생전 근무지인 충주서가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 물심양면으로 도운 덕에 명예회복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들 동료는 이제 피 경사의 1계급 특진과 국립묘지안장을 위해 다시 한번 어깨를 겯는다.

정 경위는 동료 경찰관만 생각하면 고마움이 앞선다고 한다. “아내가 떠난 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그 덕분에 아내가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고, 저도 버틸 수 있었어요.”

그는 말한다. 숨진 아내가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강압 감찰 사건이 매듭지어져야 아내도 명예를 완전히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해성 투서를 낸 피의자, 허무맹랑한 투서를 근거로 감찰 기능을 작동시킨 국가에 응당 책임 물어야 합니다.”

단란했던 경찰관 가족을 짓밟은 건 다름 아닌 종이 한 장이었다. 2017년 7~9월 충주경찰서와 충북지방경찰청에 피 경사를 겨냥한 익명 투서가 날아들었다.

`동료에게 갑질을 한다', `상습 지각과 당직 면제로 피해를 주고 있다'. 전형적인 내부 고발이었다.

대응은 둘로 나뉘었다. 충주서는 투서가 음해성이 짙다고 판단해 `각하'처분한 반면 충북지방경찰청은 감찰 기능을 가동했다.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은 피 경사는 결국 같은 해 10월 26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남편과 7살, 10살 난 자녀를 뒤로한 채.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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