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제품의 바코드 49, 45
일본산 제품의 바코드 49, 45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7.22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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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SNS를 타고 49. 45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구(49)싶어도 사오(45)지말자”로 각색된 숫자 `49, 45'는 일본산 제품에 부착되는 바코드다. 바코드 앞자리가 49와 45로 시작된다면 일본산 제품이니 사지말자는 구호인 것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일본여행금지 및 자제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이 우리 기업에 꼭 필요한 원자재만 골라 규제하는 비열한 보복에 맞대응하자는 분위기다. 그동안 독도문제와 같은 사안으로 한국에서 여러 차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강력한 불매운동이 펼쳐지긴 처음이다. 일본 상표 목록을 정리해 국민이 공유하는 등 반일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불매운동도 쉬이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사태의 발단은 아베 일본 총리가 수출규제를 공식화 하면서다. 일본은 한국의 수출규제 이유로 대한민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1인당 1억원 배상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일본의 전범기업이 과거 강제징용 등의 혐의를 부정하고 배상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배상을 판결했다. 일본의 가해 기업과 1965년 협정으로 수혜를 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하여 강제 징용된 이들에게 경제적 배상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판결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도 짚어봐야 한다. 일본이 대한민국에 일방적으로 경제특혜를 준 협정이 아니다. 경제특혜로 한국이 성장했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어불성설이다. 일본 기업이 성장하는데 강제징용된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의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맞서는 것은 기업이 풀어야 할 일을 무리한 정치적 계산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책임 요구를 국가가 나서서 경제보복으로 대응하면서 반일감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반일감정이 높아지면서 도내 예술단체와 청소년 교류행사가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일본과 굳이 문화예술교류를 추진해야겠느냐는 목소리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까운 일본을 탐방하기로 되어 있는 청소년 행사도 고민되긴 마찬가지다. 자치단체마다 일본교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어떻게 매듭을 풀어갈지에 따라 교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보복은 양국 국민을 갈등하게 만들고 있다. 혐한과 극일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갈등 해결은 안갯속이다. 아베 총리는 수출규제에 한국의 응답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전범국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기억하고 실천하기 바라는 한국 국민의 바람에 답해야 한다. 전후가 뒤바뀐 요구는 무례할 뿐이다.

역사이래 한일관계는 `가깝고도 먼 나라'란 말로 함축된다.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정치적, 민족적 감정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역사는 역사를 기억하는 자의 미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난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과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배와 피지배 속 가난했던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일본과 대등하게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구촌시대를 맞아 국가를 초월한 협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일본이 선의의 경쟁자로 한국의 국격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바코드 `49, 45'는 또 다른 불매운동으로 점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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