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는 청주’ 맞나
‘함께 웃는 청주’ 맞나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7.21 19: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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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함께 웃는 청주'. 지난해 6월 당시 한범덕 청주시장 당선인이 확정한 민선 7기 슬로건이다.

청주시는 누구나 행복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와 비전을 이렇게 슬로건에 담았고 5대 시정 방침도 발표했다.

최근 청주야구장을 보면 이 슬로건을 부끄럽게 한다. 17일 청주야구장에 조명이 갑자기 꺼지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갑자기기 조명이 꺼져 경기가 5분가량 중단돼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다시 들어가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 해프닝은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전국적인 망신을 샀다.

비록 LED 조명 장치 운영 미숙이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20억원을 들여 교체한 조명탑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관리부실이란 지적은 면키 어렵게 됐다.

청주야구장은 지난 2007년부터 개보수에만 무려 약 160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고 선수들에겐 기피 구장 1호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청주야구장의 열악한 시설이 전국적인 망신을 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현지 야구장 시설 우려에 대해 해설자가 “청주야구장보다 낫다”는 말을 해 유명세를 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빚어졌다.

청주야구장이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이시종 지사는 청주 공약 1호로 청주야구장 신축을 내걸었다.

당시 대전보다 큰 1만5000석 규모로 지어 문화 공연 등 다른 용도로도 쓰면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공약해 체육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공약 발표까지 함께했던 한범덕 청주시장이 이를 뒤집고 공약에서 빼버렸다.

결국 이 공약은 지키지 못할 공약이 되어 버렸다. 이번 해프닝이 아니더라도 지역 야구계는 전국대회 유치조차 부끄러운 청주야구장을 언제까지 고쳐 쓸 거냐고 탄식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과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여가 시간을 문화와 스포츠를 즐기려는 시민들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포츠 인구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화에 투자하는 예산에 비해 체육 투자는 너무 빈약하다. 청주의 대표적 체육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청주야구장, 청주종합운동장, 청주체육관은 지은 지 40년이 넘도록 여전히 그대로다.

이는 청주시의 시정 방향에서도 찾을 수 있다. 복지와 문화는 있지만 체육은 없다. 체육이 실종된 시정에서 `함께 웃는 청주'를 간절히 바라는 청주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인구 85만 청주시의 정책이 문화 쪽에 너무 쏠린 결과다.

선거철만 되면 프로구단 유치나 체육시설 개선 공약이 나왔지만 제대로 지켜진 게 없다. 프로축구단 공약이 대표적이다.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구단 운영비도 문제지만 국제경기도 치르지 못할 만큼 열악한 구장 인프라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아서다.

청주의 체육시설이 낡고 규격에 맞지 않아 스포츠의 불모지로 전락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말만 숙원이라고 할 게 아니라 청주의 위상에 걸맞도록 장기계획을 세워서라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더 이상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야구팬들에게 청주가 `함께 웃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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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2019-07-22 00:58:03
맞는 말이다. 이넘에 동네는 스포츠가 죽은 지역이다

독자 2019-07-25 18:35:09
정신나간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