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좋은 게 좋은가?
무조건 좋은 게 좋은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07.18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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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좋은 게 좋다는 말이 있다. 성경의 가르침 중에는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고자 하면 겉옷까지 내어주고, 오리를 동행해달라고 하면 십리까지 동행해주라는 말이 있다. 극단적으로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있다. 또한 천주교가 내 걸었던 `네 덕 내 탓'이란 표어도 있다. 불교는 중생이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보살도를 강조한다. 이 같은 말들이 무조건 상대를 배려하고 높이는 반면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것만이 능사라는 가르침일까?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 비해 자신을 보다 더 우선시 하고 중요시하는 경향이 짙다. 내가 더 좋아야 하고, 내가 더 이득을 봐야 하고, 내가 더 대접받고 내가 더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팔이 안으로 굽은 것처럼, 마음이 안으로 굽은 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서로서로 대립하고 반목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증상을 전제한 가르침들이 바로,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돌려대고, 오리를 동행해 달라고 하면 십리까지 동행해 주고, 원수를 사랑하고, 네 덕 내 탓으로 여기라는 가르침이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이 같은 유의 모든 가르침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질병에 즉한 약일 뿐, 음식이 아니다. 따라서 그 자체가 언제나 무조건 옳은 진리의 말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 같은 까닭에 불교의 열반경은 중생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자비(慈悲) 조차도 섭수(攝受) 자비와 절복(折伏) 자비로 나눠서 설파하고 있다. 섭수자비는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듯 상대를 포용하고 보살펴주는 자비를 말하며, 절복자비는 아버지가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꾸짖어 올바른 사람이 되게 하듯, 그릇된 점들을 바로잡고 굴복시키는 자비를 말한다.

섭수와 절복은 아이들을 교육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칭찬 일변도거나 항상 꾸짖기만 하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없다.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보살도를 실천한다고 해서 언제나 따듯한 마음으로 상대를 포용하고 보살피는 섭수자비 즉, 활인검(活人劍)만을 사용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절복하는 살인도(殺人刀)만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숨도 들이쉴 때는 들이쉬고, 내 쉴 때는 내 쉬듯이, 살려야 할 때는 살리고 죽여야 할 때는 죽이며, 끊어내야 할 때는 끊어내고 잊어 붙여야 할 때는 잊어 붙여야 한다.

불교의 승만경은 “절복할 자는 절복하고, 섭수할 자는 섭수한다.”고 강조한다. 성경 또한 올바름을 드러내서 이끄는 빛과 그릇되고 부패함을 방지하는 소금의 역할을 함께 강조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하듯,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위한다면,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는 활인검과 살인도를 써야만 한다.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지 잠을 자는 것은 소용이 없다. 졸리면 잠을 자야지 밥을 먹는 것 또한 소용없기는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우산을, 햇볕이 내리쬐면 양산을 써야 한다. 여름에는 한산 모시 옷을, 추운 겨울에는 솜바지 저고리를 입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위해선, 그 어떤 선입견에도 물들지 않은 지공무사한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 0점 조정된 저울만이 정확하게 무게를 잴 수 있듯이, 우리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는 0점 조정된 마음만이 비로소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다. 최근 한반도 전역을 술렁이게 하는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아니면 온몸으로 거부하면서 일본을 향한 강력한 살인도를 휘둘러야 하는가? 이도 저도 아닌 양비론을 펴며 어정쩡한 중립적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의식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무슨 생각으로,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하면서 국론을 하나로 모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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