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안전한 귀국
해외여행, 안전한 귀국
  •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9.07.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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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여름을 예열하고 있다. 장마가 소강상태로 30도 이상 기온으로 치솟았다.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 것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위 탈출을 위해 이동할까? 라는데 관심이 간다.

세상이 좁아지는 만큼 이웃나라와 거리도 짧아졌다. 그런 이유로 여름 휴가철이면 국내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객이 많아진다. 금년도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52.6%가 올해 여름휴가를 떠나겠다고 응답했고, 그 중 18.2%가 해외에서 보내겠다고 한다. 인원으로 환산하면 약 495만 명에 달한다.

지구가 좁아지고 사람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생물자원들도 대륙을 넘나들고 있다. 동식물의 이동뿐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사람이나 물자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가시박, 배스와 같은 유해 동식물과 소나무 재선충, 붉은 불개미, 과수 화상병 같은 해충과 미생물은 현재도 우리나라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전염병의 발생이 심상치 않다. 지구 상으로 보면 유럽에 이어 동남아시아지역이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그러나 두 지역의 발생양상은 조금 차이가 있다. 유럽에서는 멧돼지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는 멧돼지뿐만 아니라 집돼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8월에 첫 발생 후 6개월도 되지 않아 전국으로 퍼졌으며, 인접한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로 확산하더니 최근에는 북한과 라오스까지 발생하여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 년도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6개 국가에서 4,595건이나 발생하였다.

특히 몇 개국에서는 국가 통제가 되지 않아 병에 걸린 돼지가 시중에 유통되는가 하면 식품가공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정황이 있다. 발생국가에서 생산된 만두, 순대, 소시지 등 제품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므로 외형적인 발생한 건수 외에 미신고 사례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창궐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 해외여행객이 국내 입국할 때 휴대 육류에서 아프리카돼지 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작년부터 여행객이 반입한 휴대 축산물을 검사한 결과 17건에서 발견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서 정부는 6월1일부터 발생국가에서 미검역 육류를 반입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법 개정 후 자진신고가 늘고 반입량이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지만 한 달 사이에 13명의 불법 반입자에 대해 과태료를 처분한 것을 보면 여전히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세계동물보건국가에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처럼 1종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예방약도 없고 치료법도 없다. 방역은 오로지 감염농장과 주변농장까지 살처분에 의존하고 있다. 발생할 경우 수출은 못 하지만, 역으로 수입을 막을 방법은 없어진다. 그러므로 한 번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양돈산업의 위기를 자초하고 식량 검역주권이 흔들린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많은 사람이 동남아 국가로 여행을 떠날 것이고 귀국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국가에서는 농장방문, 재래시장에서 육류 구매를 자제하고, 입국할 때는 축산물 반입을 삼가해 주길 바란다. 과태료 때문이 아니라, 나 하나쯤 하는 잘못된 생각이 제2의 구제역, 재선충, 불개미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모르고 휴대 반입했거나, 인터넷이나 우편으로 구매했다면 검역 당국에 자진 신고해서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국가를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할 사소한 관심 하나가 나라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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