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 국적이 따로 없다
인권보호, 국적이 따로 없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7.15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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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지난 4일 전남 영암군에서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졌다. 영상에는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아내를 때리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돼 확산하면서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서 공분을 샀다. 폭력을 휘두른 남편은 `말이 통하지 않아서'라는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더 큰 화를 자초하며 특수상해와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다.

결혼이주여성의 폭행 영상이 공개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편을 엄벌에 처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런가 하면 이주여성 인권단체들은 15일 베트남 아내와 같은 비극이 없도록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개정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법무부에 항의서한을 제출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분노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 간 문제로도 비화할 조짐이다. 폭행 영상이 베트남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베트남 국민의 분노도 들끓고 있다는 소식이다. 베트남 한국대사관에 강력한 항의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와 가정폭력 문제가 거론되면서 베트남 여론도 싸늘한 분위기다.

국경을 초월한 공분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재발 방지와 엄정 수사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여성가족부 역시 이주여성의 폭력피해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긴급지원팀을 구성하고 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북을 포함해 올해 전국 5개소의 `폭력피해 이주여성 전문 상담소'를 신설해 가정폭력에 노출된 이주여성을 지원하고 폭력예방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K-POP으로, K-드라마로, 박항서 축구감독의 활약으로 가고 싶은 나라 이미지를 구축해온 한국은 베트남과의 외교문제도 적잖이 부담스러워진 게 사실이다.

폭행 영상으로 사건이 불거졌지만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결혼이 많아지면서 사회문제로 대두한 지 오래다. 결혼과 함께 다문화 영역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정부도 이주여성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한글공부, 문화경험, 이해증진을 위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가정폭력 문제에 국적을 불문하고 허점을 드러낸 한국의 전통문화는 여성의 인권 문제에서 비난을 면치 못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권 문제는 더 말할 나위 없이 미흡한 상황임을 이번 사건이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을 단순히 가족의 문제로 한정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에는 무관심하게 대처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인권문제와 상관없이 우리나라로 이주해 오는 여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충북지역도 결혼이주여성의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충북지역의 결혼이민자 및 국적취득자는 9880여명에 이른다. 또한, 충북도내 다문화 가구는 1만 가구에 육박하고, 다문화가구원은 3만2674명에 달한다. 이웃에서 다문화가정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다문화 가구와 결혼이주여성이 늘면서 여성인권과 이주여성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해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하고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다.

인권은 누구를 막론하고 보호돼야 한다. 사회적 약자는 국가가 더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인권보호에는 국적이 따로 없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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