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양이 이야기(2)
미양이 이야기(2)
  •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 승인 2019.07.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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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야생의 미양이를 유인하여 잡기부터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실패와 끈기 있는 기다림 끝에 미양이가 케이지에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안심을 시키려고 비교적 순한 엄마 고양이, 양말이도 함께 병원에 데려갔다. 태어난 지 수개월은 되었을 미양이는 겨우 400g이었다.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면 겨우 한 줌이었다. 다리에 묻은 흙을 제거하니 절단된 오른쪽 뒷다리의 상처가 빨갛게 드러났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플까?

문제는 진료 다음이었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계속 치료를 해줘야 한다. 약도 먹여야 하고, 연고도 발라줘야 하고 붕대도 다시 감아줘야 한다. 상처가 어떤지 확인만 하려고 했던 것인데, 할 수 없이 어미 양말이는 사는 곳으로 되돌려 보내고 미양이는 집으로 데려왔다. 갑자기 이별하게 된 양말이의 상실감과 미양이의 두려움은 잠시 무시하기로 했다. 처음 몇 날 밤 동안 미양이의 서러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엄마를 찾고 있으리라.

`한 달만 참아. 곧 엄마에게 돌려보내 줄게.'

미양이를 돌보기는 쉽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할 때마다 필사적으로 격렬하게 버둥거렸고, 감아놓은 붕대를 벗겨내기 일쑤였다. 붕대를 세게 감아놓으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괴사가 일어날까 봐 걱정이었고, 조금만 느슨하면 입으로 물어뜯고 벗겨 낼까 봐 걱정이었다. 또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냄새였다. 시큼하고 역겨운 피고름 냄새가 진하게 집안에 퍼졌다.

또 녀석은 항상 어딘가로 숨어들었다. 몸이 작고 유연하여 작은 틈새만 있어도 들어갈 수 있었다. 상처를 치료할 때마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녀석을 찾아야 했다. 베란다에 있는 책장 바닥의 작은 틈으로 들어가 책장을 옮기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고, 어느 날은 하루 동안이나 찾지 못했는데 에어컨 뒤쪽 배관 통로로 들어가 있어 에어컨을 분해하기도 했다. 그래도 녀석을 찾았다는 안도감으로 잠시 집안에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방 하나를 녀석의 거처로 썼다. 평소에는 물과 사료가 없어지는 것으로 무사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고, 방안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속했다. 숨을 이유는 너무도 많아 보였지만 언제까지 이 상태가 이어질지 막막하였다. 게다가 녀석은 하루하루 성장하여 힘도 세지고 날래져서 잡아서 치료하는 것이 날로 어려워졌다. 발바닥이 블랙 젤리로 몽실한 세 개의 다리는 사뿐 하게 바닥에 닿을 수 있어도 짧은 다리 하나는 바닥과 세게 부딪히게 되니 아물던 상처는 다시 터져서 녀석이 걸어간 발자국이 핏자국으로 남았다. 자랄수록 고양이로서의 본능과 용기가 커져 높은 책상 위로 올라가고자 하니 상처가 더 커졌다.

아물었다 터지기가 반복되었다. 한 달이 넘어서도 상처는 낫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어미가 이 아이의 냄새를 기억할까? 본래 냄새를 지우지 않기 위해 목욕도 시키지 않았다. 사실 상처와 야생성으로 목욕을 시킬 수도 없었다. 상처가 덜 아문 녀석을 자연으로 놓아줄 수도 없었고, 하루하루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고, 미양이는 주변에 마음을 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미 있던 두 마리의 고양이와 어울려 지내는 것도 막막한 숙제였다. 한순간의 동정심으로 내가 결정한 일을 나는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과연 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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