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청주 발언 부적절했다
박원순 시장 청주 발언 부적절했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7.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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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청주를 찾아 구룡산 지키기 시민운동을 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도시 숲을 지키려는 주민들을 응원하는 자리였다.

박 시장이 청주를 방문한 이유나 목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씁쓸한 뒷맛이 남기에 충분했다.

박 시장은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도시공원 민간개발은)생각과 결단의 문제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도시공원 보전에 대한 지자체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또 “중앙정부가 토건사업을 조금만 줄이면 내년 일몰 예정인 도시공원을 정부 재정으로 매입 가능하다고 본다”라고도 했다.

평소 소신이 묻어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해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시기와 장소가 부적절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주민들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한범덕 청주시장이 도시공원 보존에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었다. 청주시의 정책적 판단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도시공원 개발 문제는 청주시의 최대 현안이고 가장 뜨거운 지역의 이슈다. 보존과 개발의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여기에 사유재산권도 걸려 있다. 수십 년째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토지주들이 있어 반드시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박 시장의 조언은 청주시가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정책을 공유하겠다는 제안은 청주시로써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서울시와 청주시의 예산, 정책적 판단의 기준 등 여러 가지 여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 일부 발언은 분명 부적절했다. 특히 같은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 한 시장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자체장의 정책적 판단과 결정은 존중했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의 이번 발언은 결코 갈등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지역이 이 문제로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현직 서울시장이란 위치를 생각하면 그의 말 한마디가 지역에 던질 파장까지 고려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은 박 시장이 남의 집 일에 간섭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현안 갈등을 푸는 것은 온전히 청주의 몫이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 또한 민주주의가 성숙해 나가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도시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은 시나 시민 모두 공감한다. 다만 현실적인 방법론에서 의견차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청주시와 시민들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아니다.

또다시 구성될 민관거버넌스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원들은 막중한 책임과 함께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내는 지혜를 보여줬으면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모든 논쟁은 초기 논쟁 단계에서는 `예, 아니오'의 이분법으로 단순화되지 않지만 논의가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이분법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만장일치여야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다수결의 원칙으로 귀결된다. 여론이 본래 다수결 개념은 아니지만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이번에는 민관거버넌스에서 위원들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을 따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앞으로 민관 협의가 필요한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소통의 문이 닫히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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