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뽑기
잡초 뽑기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7.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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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아침 일찍 화단에 나갔다. 모처럼 풀 뽑기 좋은 날이다. 화단에 나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달개비가 모두 뽑혀 있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남편에게 화분에 있던 카네이션 모종을 화단에 옮겨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때 카네이션을 심으면서 달개비 풀을 모두 뽑은 모양이다.

우리 집 화단에는 영산홍, 넝쿨장미도 있지만, 야생초가 더 많다. 집 근처에 사는 지인 마당에 야생초가 그득한데 가끔 구경을 가면 한 삽씩 떠 주셔서 옮겨다 심었다. 황금달맞이꽃, 매발톱꽃, 초롱꽃, 작약 등 얻어다 심었는데 이젠 제법 자리를 잘 잡았다. 야생초를 보고 있노라면 토속적인 수수함에 매료되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 소복했던 꽃잔디가 많이 죽어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달개비가 자라났다. 달개비 꽃도 좋아하는 나는 그냥 두기로 했는데 그 달개비 풀을 남편이 모두 뽑아 놓은 게 아닌가? 너무 속이 상했다.

우리 집은 도로 옆에 있는 집이라 차와 사람이 많이 오간다. 콘크리트의 삭막함을 없애기 위해 집 둘레에 화단을 꾸미자고 제안한 건 나였다. 벽 가장자리에 30cm 정도의 벽돌을 쌓고 흙을 부어서 울타리를 만들었다. 화단이 만들어지자 남편은 상추와 고추를 심자고 했고 나는 꽃을 심자고 했다.

남편과 나의 의견은 너무 달랐다. 남편은 그 먹지도 못하는 걸 심어서 뭐 하러 심느냐고 성화였다. 서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길가라서 채소를 심으면 발암물질이 생기고 위생상 좋지 않다는 결론으로 꽃밭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뒤뜰에 서너 평 남는 땅에 채소를 심었다. 각자 자신만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로 하고 각자 좋아하는 것을 심었다. 나는 제일 먼저 꽃나무와 꽃잔디를 심었다. 몇 해가 지나고 꽃이 만발했다. 오가는 사람들도 예쁘다며 한 마디씩 말해 주니까 꽃을 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화단에 잡초를 뽑으며 생각했다. 화단에 있는 식물은 모두 풀인데 꽃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풀은 잡초로 취급당해 뽑히고 만다. 나는 화단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모두 그냥 두고 꽃이 피지 않는 풀은 잡초라고 생각하고 뽑는다. 하지만 다른 이는 자신이 키우고 싶어 하는 식물 이외의 것을 잡초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풀은 다 쓸모가 있고 필요해서 생겨났을 텐데 보는 이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에 함부로 해야 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과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필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필요 없다고 돌려놓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람의 가치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한 사람을 볼 때 예쁘고 좋게 보면 다 예뻐 보이고 좋아 보인다. 그러나 보는 이의 기준에 따라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잡초 취급을 당할 때도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의 품성이나 인간 됨됨이가 잘 못 된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시각 차이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자신을 자책할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사람과 사람 관계에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건 나의 욕심일 게다. 잡초를 뽑으며 이게 내가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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