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약 안전지대 … 충북도 `백색 유혹'
사라진 마약 안전지대 … 충북도 `백색 유혹'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7.10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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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찰, 최근 3년간 마약 사범 745명 검거
SNS 등 정보통신망 발달 … 유통경로 다양화
국민들 위험성 인식도 저하 … 호기심에 손대
마약퇴치운동본부 “한번쯤 하다가 깊은 수렁”

 

“마약 좀 끊게 해주세요.”

지난달 28일 경찰에 들어온 신고 한 통. 마약류 투약자 특별자수기간 종료를 이틀 남긴 시점에 걸려온 자수 전화였다.

발신자 A씨(32·여). 그는 지난 1~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필로폰을 구매했다.

세 차례에 걸쳐 사들인 필로폰은 모두 1.5g. 통상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50명이 동시에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필로폰은 비교적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 포털에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SNS상 마약 판매 글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거래는 속칭 `던지기'로 이뤄졌다.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에서 마약 판매상이 대포통장 계좌를 건네면 구매자는 돈을 입금하고 필로폰이 숨겨진 특정 장소를 전달받는 방식이다.

A씨는 이렇게 산 필로폰을 지인과 함께 여섯 차례나 투약했다.

하지만 곧 후회가 밀려왔다.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필로폰 주사기에 손을 대는 자신 모습에 자책감까지 느꼈다.

A씨가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한 이유다. 그는 경찰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마약을 하게 된다. 처벌을 받아서라도 끊으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마약 안전지대가 사라졌다. 인구 10만명당 25.2명, `백색 유혹'에 허덕이는 마약 사범 수다.

충북 역시 마찬가지다.

마약에 손을 댔다가 수사기관에 붙잡히는 인원이 한 해 평균 200명 이상에 달한다.

마약 청정국으로 꼽히던 대한민국이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10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검거한 마약 사범은 모두 745명(구속 84명·불구속 661명)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299명 △2017년 239명 △2018년 207명이다. 유형별로 보면 투약·밀경(대마·양귀비 재배 등)사범이 667명, 공급 사범이 78명이었다.

같은 기간 투약·공급 약물 유형으로는 대마 사범이 3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필로폰 등 향정사범 200명으로 뒤를 이었다.

SNS 등 정보통신망 발달이 마약 사범 근절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통 경로가 다양화하면서 누구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탓이다.

과거 마약 거래는 대부분 전문 유통책과 구매자 또는 투약자끼리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물론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졌지만, 그나마 수사기관이 대상을 특정해 마약 유통을 차단하기엔 수월했다.

하지만 SNS 등을 매개로 한 거래가 늘면서 마약은 불특정 다수에게 마수를 뻗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NS와 같은 통신 수단은 마약 유통 경로를 다양하게 만드는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공급자는 위험을 무릅쓰며 인적 유통망을 개척할 필요가 없고, 구매자는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양쪽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생긴 병폐”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상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마약 관련 정보는 경각심마저 허물고 있다.

심각성은 수치로 나타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발표한 `2018 마약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SNS 이용 빈도가 높은 연령대인 2~30대의 국민인식도는 각각 68점, 73.7점이다. 전체 평균인 75.7점(마약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무너진 경각심을 비집고 들어오는 호기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 부장은 “SNS 매체 발달 등으로 낮아진 진입 장벽은 일반인으로 하여금 마약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면서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가는 평생 헤어 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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