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풍의 추억
총풍의 추억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7.10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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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가 한-일 관계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의 의도는 아베 총리가 `한국 때리기'를 통해 보수층을 결집해 참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개헌파'가 3분의 2를 유지하는 등 대승을 거두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 한국 때리기를 통한 지지층 결집이라는 대목이 왠지 익숙하다.

22년 전인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측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박충 참사를 만나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총풍 또는 북풍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배우 황정민 주연의 2018년 영화 `공작'에도 나왔다.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면 안보문제까지 동원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무모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총풍사건이 불거지자 국민들은 역대 정권 선거철마다 불거진 북한의 도발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일본의 움직임에서 총풍의 추억이 묻어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양국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조치, 12월 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 올해 3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승소 판결 등으로 양국은 자주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그 때마다 일본 아베 내각은 반한감정을 부추겨 위기를 탈출했다. 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 때는 우리나라의 관련 동영상 공개라는 사실관계 확인에도 위협비행을 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할뿐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강화 배경도 북한으로의 반출이 의심된다는 터무니 없는 궤변을 내놓고 있다. 물론 증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 개헌을 통해 전쟁 수행이 가능한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목표로 해온 아베 내각은 반한 감정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특히 아베 내각의 수출규제 조치가 참의원 선거 고시일(선거운동 개시일)인 4일 시작됐다는 점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문제는 여전히 개헌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보다 높다는 것. 아베 내각은 이미 지난 2017년 개헌을 추진한 바 있으나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현재 일본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는 연립여당이 465석 중 311석으로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 수(총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참의원 통과를 위해서는 참의원 242석 중 3분의 2인 164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아베정권이 우리나라를 이용하는 한풍(韓風)을 통해 참의원선거에서 대승하려고 한다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 같다. 22년전 우리나라에서 총풍은 실패했다. 총풍을 경험했던 우리나라 국민들은 더 이상 그와 같은 농간에 속지 않게 됐다. 시민의식은 더욱 성숙해졌다. 21일 참의원선거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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