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추억
매미의 추억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9.07.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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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때이른 폭염때문인지 매미가 울고 있다.

올들어 처음 듣는 매미울음소리다.

매미는 불완전변태과정을 거쳐 늦봄에서 가을까지 성충시기를 보내다가 알 또는 애벌레 상태로 월동을 한다.

매미 가운데서 애벌레 시기가 잘 알려진 것은 유지매미와 참매미이다.

두 매미 모두 알이 부화되고 나서 6년째에 성충 매미가 되므로 알을 낳은 해부터 치면 7년째에 성충이 된다.

털매미는 4년째에, 북아메리카의 17년 매미는 애벌레 기간이 17년과 13년 되는 것도 있다.

애벌레는 나무의 뿌리에서 수액을 빨아먹고 성충(매미)은 햇가지 속에 알을 낳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하므로 식물에 많은 피해를 준다.

성충의 수명은 약 한 달 정도이다.

수컷의 성충은 배 아래쪽의 발음기를 이용해 여름철 내내 큰 소리로 운다.

수컷의 울음소리는 암컷과 짝짓기를 위한 구애의 소리이다.

커다란 몸집도, 화려한 자태도 필요없다.

오로지 가장 큰소리로 우는 녀석이 암컷의 선택을 받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

매미의 허물은 선각(蟬殼), 선탈(蟬脫)이라고 하여 해열(解熱), 항과민(抗過敏), 파상풍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매미 유충이 탈피하기 직전인 굼벵이는 신장염이나 간경화증의 한방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중국 진(晉)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자신이 쓴 육사룡집(陸士龍集)에서 매미의 5덕으로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을 들었다.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는 매미를 형상화한 익선관(翼善冠), 매미모자를 썼다.

매미가 가진 다섯 가지 덕(德)을 본받기 위함이었다.

매미가 땅 속에서 세상으로 올라와 빛을 보기까지 보통 7년이 걸린다.

그리고 굼벵이 시절은 물론, 제몸과 허물까지도 인간에게 약재로 내어 준다.

조상들은 매미의 맑음과 검소함, 염치를 매미모자에 새겨 마음가짐을 바로 잡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주변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나 숙성의 시간을 거치지 않은 말들로 넘쳐 나고 있다.

백세시대를 맞아 100년을 기획해야 하는 우리 존재가 한 달의 비상을 위해 7년을 준비하는 매미의 일생과 묘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청렴과 검소함의 정신이 쇠락한 매미모자는 감투로 전락하고 오로지 모자 자체와의 짝짓기만을 위해 극성스럽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끓고 있다.

부디 이 울음소리가 단지 나만의 환청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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