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세대
삼중고 세대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7.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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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회갑 전후의 50대와 60대의 삶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고달프다는 것을 입증하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화생명이 7일 고객 1650만명을 보유한 신용카드사의 가족 관련 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대와 60대의 지출 항목 중 유치원비와 등록금, 학원비 지출이 상위를 차지했다. 가족을 위해 쓰는 돈 중 대부분이 교육비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50대의 경우 가족 관련 카드 지출 항목 중 1위가 등록금(23.7%)이었고, 이어 학원(23.1%), 유치원(21.7%) 순이었다. 60대는 유치원(25.7%) 학원(18.9%), 등록금(17.0%) 순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60대의 가족 관련 지출 항목 1위가 유치원 비용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50대엔 자녀 등록금 부담에 등골이 휘던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이젠 그 자녀의 자녀를 위한 교육비 부담을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60대의 고달픔은 SNS상의 키워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화생명이 주요 인터넷 카페와 SNS상의 게시물 약 20만건(2017년 8월~2018년 11월)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0, 60대 게시물 중 가족을 주제로 한 비중은 18.6%로 20~30대(3.2%)보다 6배 정도 많았다.

특히 50, 60대가 `걱정'과 관련된 글의 주요 키워드를 보면 간병(18.4%), 용돈(14.2%), 희생(13.8%), 자녀 결혼(13.1%), 금전적 요인(12.4%), 요양원(11.2%), 자녀 학비(4.6%), 상속(4.5%), 계속되는 지원(4.2%), 손자녀 육아(3.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간병이나 자신의 노후 생활을 크게 걱정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이 결과가 발표되자 많은 언론이 50~60대를 삼중고에 시달리는 `낀 세대'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자식 부양과 부모 봉양, 게다가 자신의 노후 생활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를 빗댄 것이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45~64세까지의 우리나라 중장년층 10명 중 4명이 노부모와 성인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와 부모의 양쪽 부양비는 103만원(월)을 부담하고 있었으며 특히 결혼하지 않은 성인 자녀에게 지원하는 돈은 90만원에 육박했다.

그러면서도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장년층은 10명 중 9명 꼴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자녀가 나를 돌봐 주길 기대한다는 응답자는 단 9%밖에 없었다. 자녀 부양과 부모 모시기에, 여기에다 자신의 노후 생활까지 등골이 휠 수밖에 없는 처지가 50~60대다.

중장년층의 인터넷 검색 키워드 분석 결과에서 간병이 1위를 차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시고 있는 부모나 자신의 건강 상태가 `우려할' 수준이라는 점을 뜻하는 데 정작 자신들의 건강은 제대로 돌보지 않은 세대가 바로 50~60대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삼중고 세대'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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