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화양서원 왜 빠졌나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화양서원 왜 빠졌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7.08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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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서원이 지난 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은 1543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서원 소수서원을 포함해 도산서원, 병산서원, 옥산서원, 도동서원, 남계서원, 필암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 등 9곳이다. 선정된 서원은 각 지역과 관련된 이름난 학자를 사표로 삼아 제사를 지내고, 학습과 토론 등 강학 활동을 펼친 곳이다.

서원 9곳을 보면 충청권에선 유일하게 논산의 돈암서원만이 등재됐다. 충북은 화양서원과 신항서원 등 서원의 역사를 담보한 곳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단 한 곳도 명단에 올리지 못했다. 특히 조선 후기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화양서원은 화양구곡이 갖는 자연유산과도 뗄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곳이다.

더구나 조선 성리학의 대부 송시열이 거처하면서 중국까지 명성을 날렸던 화양서원이다. 조선을 호령했던 송시열이 강학하던 화양서원이 세계유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지역민으로서 몹시 당황스럽다.

이는 단순히 세계유산 명단에 없다는 이유만이 아니다. 충북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거론돼온 양반의 고을인데 충북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체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역이란 공간에서 누적된 문화를 집약해 만들어가는 것이 정체성이다.

그동안 양반의 고장, 역사문화의 고을을 외치던 충북의 정체성에 강한 의문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원이 곧 양반문화의 상징과도 같은데, 9개 서원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이 무색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한국의 서원을 묶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할 당시 화양서원의 훼철이 심해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서원을 대표하는 서원이 빠진 것은 지자체의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다. 물론 가치를 찾고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 몸에 맞지 않는 어색한 연출과 일회성 행사에 그친 정황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복원의 한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몇 동의 기와집에 만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재 상황은 충북 문화유산 정책의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내비친다. 그러나 등재라는 형식을 통해 세계적 가치를 지닌 유산들이`개별국가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가꾸고 보존해야 할 인류의 공통자산'이라는데 방점을 찍는 일이다. 방치돼 있거나 보존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통문화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문화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인식의 변화'와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주무관청인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자치단체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국가나 지방문화재보다 더 높은 격을 가지게 되고, 예산을 더 배정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유도 세계문화 유산 선정에 집중하는 원인이다.

화양서원이 비록 명단에 빠져 있지만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의 사례를 보면 진정성과 시민 참여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관 주도의 문화정책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충북의 현실에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한 현실도 지적할 수 있다. 몇몇 담당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추가 등재의 선례도 있는 만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도록 민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자체 못지않게 지역의 문화유산 가치를 높이는 일은 시민의 과제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의 자연환경과 그 속에 남긴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우리의 자산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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