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여름,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 신미선 수필가
  • 승인 2019.07.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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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미선 수필가
신미선 수필가

 

치자 꽃향기가 달콤하게 찾아드는 칠월이다.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여름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드는 계절이기도 하고 학교는 학기를 마감하며 방학을 준비하는 달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학생이 된 아들 역시 이미 종강을 하고 방학기간 동안 아르바이트와 친구들과의 해외여행 계획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읽은 `고려대 종강사'가 인상 깊게 뇌리에 남았다. 잔잔한 수면처럼 매너리즘에 젖어 한없이 고요하던 나의 가슴에 던져진 작은 조약돌이라고나 할까. 잔물결을 일으키며 파문은 멀리 그리고 오래 퍼져 나갔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 한 마디에 위로를 받고 감동을 넘어 공감하였다니 삶이란 누구에게나 비슷비슷한 감성들로 채워지는 듯하다. 나도 이런 멋진 `종강사'를 하고 싶다.

“마케팅처럼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누구나 다 자기 인생의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는 내적(內的) 동기들이 있다. 열등감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이끄는 삶을 어글리 라이프(ugly life), 야망이나 탐욕이 지나쳐 인간관계 등을 해치는 삶은 배드 라이프(bad life)다. 자기 일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 이런 감정 때문에 열심히 사는 사람은 자기도 행복하고 남들도 행복하게 만든다. 사랑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여러분의 인생을 끌어가게 하세요. 그것이 굿 라이프(good life)입니다.”「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유원상 교수」

이십대의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나에게까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니 `나는 세상을 헛살았나?'싶으면서도 지금껏 어떤 삶으로 나는 내 인생을 꾸려 왔는지 뒤를 돌아보게 한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남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살진 않았는지, 탐욕에서 손을 떼지 못해 정작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친 적은 없었는지, 무지몽매(無知蒙昧)한 과거의 시간이 현재의 삶에 덧발라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의 기준에 흔들려 나를 잃고 살아온 날들이 참 많다.

늦었지만, 나의 삶에도 굿 라이프(good life)를 이입시켜 본다. 나 자신에게 한껏 자존감을 부여하고 가족들에게는 사랑으로 최선을 다한다. 가르치려는 완고함을 털어내고 나니 주변이 온통 친구들이다. 거창한 곳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작고 소소한 즐거움에 집중하며 현재를 받아들인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었음을 늘 마음에 새겨둔다.

또한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나도 한 학기를 마무리 짓는 멋진 인사말을 미리 준비해 본다. 근사한 말이라기보다는 내가 들려주는 한마디가 올망졸망 아이들의 눈 속에 늘 향기를 불러일으키는 꽃으로 피어 있기를 바라며 며칠을 고민 끝에 드디어 오래전 읽었던 책 속에서 숨겨진 문장 한 줄을 찾아냈다.

“사랑하는 달님반 친구들! 거북이는 토끼보다 길에 대해 할 이야기가 훨씬 많다고 해요. 방학 동안 급하게 뛰지 말고, 빨리 걷지 말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많이 보고, 느끼고,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길가에 활짝 핀 해바라기에게 말도 걸어주고,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들에게 잠시 멈춰 길도 내어 주세요. 길에서 강아지를 만나면 손도 흔들어 주세요. 우리 달님반은 사랑이 많으니 아마도 모두에게 좋은 친구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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