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공화국에 고함(2)
백수공화국에 고함(2)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7.03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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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고맙게도 지난주에 띄운 백수타령에 많은 분이 맞장구를 쳐주셨습니다. 대부분 격하게 공감한다는 우호적인 맞장구였지만 대안이 없어 공허하다는 비판적인 맞장구도 있었습니다. 또 일부 우편향 독자는 신랄함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고, 반대로 일부 좌편향 독자는 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는 글이라며 못마땅해했습니다.

하여 댓글이나 전화로 주신 지인과 독자들의 의견과 견해들에 대해 답할 겸해서 백수타령 속편을 써서 띄우니 널리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6월 30일 오전에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세간에 눈길을 끄는 이색행사가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부국이자 최강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기업 총수들을 초청해 협조를 구하는 이른바 세일즈외교 행사였지요.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원조를 받았던 대한민국의 재벌 총수들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미국의 경제발전과 자국민들의 일자리창출에 기여해주어 감사하다고, 덕분에 미국경제가 살아나 미국의 실업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자신의 업적을 대놓고 홍보하면서 앞으로 더 많이 투자해 달라고 읍소하더라고요.

일본 기업인들의 미국 투자 움직임도 이야기하며 은근히 경쟁심을 부추기기도 했고요. 그런 트럼프가 얄미울 법도 한데 오히려 그런 대통령을 가진 미국과 미국인들이 부러운 건 휘청거리고 있는 대한민국호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군사력은 물론 지구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미국도 자국민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백수 저감을 위해 외국자본과 기업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데 우리나라는 어찌하고 있는지를.

기업들이 국민들의 반 기업 정서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해지는 기업인들 길들이기에 환멸을 느껴 투자와 일자리창출은커녕 오히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백수들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대학을 나왔다고 편한 직장이나 근사한 직장만을 고집하니 중소기업이나 3D업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허덕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미래가 암울합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정부출자출연기관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려고 공시생 생활을 하다가 세월만 허송하고 끝내 백수가 되고 마는.

아무튼 일자리는 일터와 일감이 있어야 생성됩니다. 정부가 만들 수도 있지만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시장이 만드는 게 본령입니다. 일터가 늘어나면, 일감이 많으면 일자리는 절로 많아지고 적으면 줄어듭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자리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공무원 증원과 사회적 일자리창출이라는 방편이 있기는 하나 국민의 세금부담이 전제되어야 하고 생산성과 효율성도 떨어져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기업이 시장이 잘 굴러가게 기름을 쳐야 합니다. 트럼프처럼 외국자본과 외국기업들이 들어오게 친 기업정책을 펼치고 외국자본과 다국적 우량기업을 획기적으로 유치해야 합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들을 존경하고 상찬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학교와 사회는 노동의 가치와 신성함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직원 위에 군림하거나 갑질하는 기업주가 아니라 직원들 덕에 내가 살고 회사가 유지발전 된다는 그리하여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멋진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있는 파이를 나누는 분배정책을 쓸 게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그리하여 고용도 늘고 소득도 늘어나는 성장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총성 없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일본도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는 누란의 시대입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하루속히 백수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랑스러운 나라이고 국민이니까요.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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