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다
돋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7.03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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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정 산

돋는 것들은 모두 아프다
수포도 소름도 새싹마저도

뱉은 말들이 모두
시옷자가 되어 거꾸로 떨어져 박혀
다시 입가에 돋아난다
수포는 아니라는 듯 그래서 아프다

나 아닌 것들이 나에게 다가와
꽃이 아닌 소름이 되었다
이물이 이물감을 잊어 다시 돋아난다
숨긴 고통이 더 아프다

새로 돋는 아픔
봄이 베듯 지나간다

# `돋다'라는 말에는 무언가를 뚫고 오르는 힘이 있습니다. 수평적 언어가 수직적 언어가 되는 순간, 상처도 동반해 옵니다. 그래서 돋아나는 것들은 아픔을 거느리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심코 던진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힐 때가 잦습니다. 삶의 패턴이 빨라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말도 많아지는 요즘, 누군가에게 아픔을 돋게 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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