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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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7.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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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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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흔하고 식상하지만 시공을 가르고 여전히 생생한 교훈을 주는 전래동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표지 색감이나 그림책 속의 종이 질감이 글의 내용과 잘 어울려 눈과 마음으로도 읽지만 손끝으로도 읽어지는 그림책이다. 전래동화가 그렇듯이 권선징악의 교훈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행간의 빈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 관점과 깊이로도 화두를 던질 수 있다. 가난하지만 어머니와 행복한 총각이 산속 깊은 단물을 발견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상황을 이야기한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단물을 팔아서 돈맛을 보게 된 총각의 욕심이 과해져서 결국, 단물 샘을 파다가 그만 망쳐버리고 만다는 줄거리다.

총각은 목마를 때 발견해 마신 단물을 `보통 물이 아니야, 얼음처럼 차갑고 머루처럼 달콤하고 박하처럼 향기로운 단물이었어'라고 표현한다. 유난히 맛있는 물이라기보다는 몸의 고단함과 갈증의 상태가 `단물'이라고 불릴 만큼 가치로운 맛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물'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마실 수 있다. 삶을 살아갈수록 평범한 가치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될 때가 있다. 어머니를 형편껏 모시는 일, 성실함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 시원한 물 한잔을 고마워하는 일 등의 일상은 사실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평범하고 속 깊은 진리다.

고갯마루에서 움막을 짓고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총각은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엔 단순히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고, 돈을 조금 받자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었다.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삶의 가치가 사람에서 물질로 옮겨지는 순간이다. 소박하고 무채색이던 그림책이 총각의 욕망을 읽을 때부터는 주황색으로 번져가며 마음을 잘 표현했다. 확실히 욕망은 총천연색이고 화려하다. 욕구는 생의 의욕과 의미를 자극하기에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하고자 하는 욕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평안함의 경계선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내는 것이 고민일 것이다. 총각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에 당황스러워하며 새로운 삶에 떠밀려 갔을 수도 있다.

총각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성실하고 탄탄한 일상을 살았던 총각은 생에 특별한 경험으로 성공이 꼭 돈이나 유명세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상투적으로 안부를 묻는 일,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묵묵하게 해내는 것, 작은 것으로 기뻐했던 시간이 단물이 마르는 고통을 통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어 훌륭한 남성으로 성숙했을 것이다. 총각은 평소에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마당을 가꾸고 생선을 드시게 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머니가 편안하도록 정성을 쏟았음을 볼 때 그의 마음결이 참 곱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인간은 큰 고통을 작은 기쁨으로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씀하셨다. 총각의 실패는 행복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보여준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고통스럽지만, 가끔 이런 경험은 일상이 평범하지 않은 것임을 알려주는 자명종과도 같은 것이다. 애쓰며 살아 낸 당신의 하루에 작은 토닥임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저 따뜻한 저녁과 웃음거리 조금,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위대한 삶은 일상의 `조각보'가 모여 지어진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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