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짜개란·콩짜개덩굴 같은 식물일까
콩짜개란·콩짜개덩굴 같은 식물일까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7.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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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3박 4일간 강원도 만항재, 금대봉, 두위봉 일대를 돌아본 다음, 마늘을 캤다. 대충 묶어 시골집 마루에 던져 놓고 또 산행이다. 작년에 가입한 D 단체에서 백두대간수목원 탐방을 한다니 빠지기 아까운 기회다. 게다가 강원도 산행에 동행했던 모 박사님이 땅끝마을에 콩짜개란 꽃을 보러 간다니 그것도 놓치기 싫은 일이다. 백두대간 다녀오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땅끝마을로 향했다. 꽃을 보고 사진 찍어 내게 득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오히려 돈 쓰는 일이다. 그러나 산이 거기에 있고 꽃이 거기에 있기에 가는 것뿐이다. 오로지 나만의 만족을 위하여.

몇 년 전 가거도의 산꼭대기. 도저히 오를 수 없는 큰 바위에 붙어사는 콩짜개란을 보았다. 가까이 볼 수 없어 못내 아쉬웠는데 오늘 가는 곳은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꽃까지 볼 수 있다니 아주 기대가 크다.

콩짜개란과 콩짜개덩굴은 모습이 아주 비슷해 콩짜개덩굴을 콩짜개란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두 식물은 콩을 반으로 짜개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두 식물 모두 겨울에도 푸른색을 띠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두 식물은 우리나라의 남부지방과 섬 지방에 많이 서식하는데 콩짜개덩굴은 내륙지방이나 산지의 습한 곳에서도 서식한다. 또 가느다란 줄기는 나무줄기나 바위표면에 붙어 뻗어나가며 콩을 쪼개놓은 듯한 작은 잎을 달고 있는 것이 아주 비슷하다. 이렇듯 두 식물이 아주 많이 닮아 대부분 서로 같은 식물로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우선 콩짜개덩굴은 주걱 모양의 포자잎 뒷면에 포자낭군(포자주머니 들)을 달고 있으며 포자를 통해 번식하는 양치식물이다. 그러나 콩짜개란은 작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로 번식하는 난과식물인 것이다.

콩짜개란의 생육조건은 콩짜개덩굴보다 까다로운 식물이다. 공중습도가 높아야 하고 강한 햇빛을 피할 수 있어야 하며 겨울의 최저온도가 낮지 않아야 살 수 있는 식물이기에 서식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멸종위기식물에 지정될 정도로 보기 어려운 식물이다.

밤늦게 도착한 땅끝마을. 아침에 서둘러 목적지로 향했다. 바위산을 헤치며 거의 정상에 이르러 콩짜개란을 만났다. 거기에 있다는 것을 모르면 대부분 그냥 지나칠 그런 큰 바위에 어렵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콩짜개덩굴보다는 가냘프고 빈약한 모습이지만 당당하게 꽃을 달고 있었다. 나도 콩짜개란처럼 바위에 바짝 붙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영 자세가 위태롭다. 열심히 셔터를 눌렀지만 맘에 드는 사진은 거의 없다. 귀한 콩짜래란을 보고 게다가 꽃을 보았으면 만족해야 하는 것을, 웬 욕심을 그리 많이 부릴까?

돌아오는 길에 보너스로 끈끈이주걱, 큰방울새란, 좀가지풀까지 보았으니 천 리 먼 길 다녀온 보람 있는 산행이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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