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티
점과 티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9.07.01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신금철 수필가

 

`찌지직, 찌지직'얼굴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커가는 내 얼굴에 돋은 검은 점을 제거하는 소리다. 그들이 쉽사리 제거되지 않는지 의사는 더욱 강하게 뾰족한 침을 가한다.

언제부터인가 얼굴에 기미가 끼고 검은점이 하나, 둘 생기더니 그 수가 점점 늘어났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보이던 잡티는 깨알 반쪽만큼 커져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짜증이 났다. 화장으로도 감춰지지 않아 성형외과를 찾아 수십 개의 점을 제거했다. 점들도 내 몸의 일부이니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는 것들은 아직도 내 몸에 붙어살게 두고 있다.

우리 몸에 생기는 점은 붉은 점, 푸른 점, 검은 점 등 색상, 크기, 모양 또한 다양하다. 점이 생기는 원인은 임신 중 약물, 좋지 않은 음식 섭취가 원인이거나 유전적 요인을 들 수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한다. 후천적으로 점이 생기는 이유는 햇빛으로 멜라닌 세포가 활성화되어 생긴다는 이론도 있는데 이 또한 확실한 이론은 아니다. 더러는 점이 계속 커질 경우 점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그냥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는 존재다.

오늘도 미세먼지 때문에 두문불출이다. 행여 작은 틈새로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날아들까 창문을 꼭꼭 닫아걸었다. 거실의 공기청정기는 제 임무를 알리는 듯 `윙'소리를 내며 부지런을 떤다. 연실 휴대폰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살핀다. 밖은 자꾸 나를 유혹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먼지들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가 되고 있다. `옥에 티', `성격이 좀 급한 게 티다.'라는 말이 있다. `티'는 어떤 것의 아주 미세한 흠이나 결함, 먼지처럼 아주 작은 잡스러운 물체를 말할 때 쓰이는 말이다. 티는 미세하지만 때로는 사람의 인격을 떨어뜨리고, 고가의 보석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것들을 무시하거나 하찮게 여기기엔 존재 가치가 크다.

점과 먼지와 티는 미세하여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미세한 것들이 커지고 쌓여서 드러나고 문제를 일으키면 비로소 대처 방법을 생각하고 그것을 제거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불필요한 존재들이지만 쉽게 생각하고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어쩌면 얼굴에 드러난 점의 제거보다 마음속에서 커가고 있는 점들과, 쌓여가고 있는 티의 제거가 더 급할지도 모른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며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무결점의 인간은 존재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사람의 노력에 따라 지니고 있는 결점의 크기나 무게는 다를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니 아마도 내 마음에 자라고 있는 점과 티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일지도 모른다. 얼굴에 돋은 검은 점처럼 내 마음에서 크고 있는 점이나 쌓여 있는 먼지를 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거울을 내려놓는다. 마음의 거울에 나를 비추어 보아야겠다. 사람의 마음속에 생긴 점이나 티는 어떤 이도 대신하여 제거해주지 못한다. 얼굴의 점을 제거하듯 내 마음에 자라고 있는 점과 티를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성형외과 의사가 되어야겠다.

바람이 분다. 미세먼지들이 어디론가 날아가 흩어진다. 그들도 바람 앞에선 힘을 잃는다. 내 마음에 잔뜩 붙어 있는 불필요한 점들과 쌓여 있는 먼지들을 바람이 싣고 갔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