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상회동, 세계를 뒤흔든 트윗
남·북·미 정상회동, 세계를 뒤흔든 트윗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7.01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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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6월 마지막 날인 30일 전 세계 이목이 한반도 DMZ(공동경비구역)에 쏠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한반도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전속결로 역사적인 회담이 성사됐다.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북·미 정상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1차 싱가포르, 2차 베트남에서 열렸지만, 비핵화 문제에 접점을 찾지 못한 양측은 이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중단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다름 아닌 트윗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의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아침 “내일 김정은과 DMZ에서 만나 안녕하냐고 말할 수 있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만남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내비쳤다. 트윗이 올라온 지 다섯 시간 만에 북한의 반응도 나왔다. 최선희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고 “분단의 선에서 조·미 수뇌 상봉이 성사된다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만남이 추진됐다.

트윗으로 시작된 제안에 남·북·미 간 분주한 물밑작업이 진행됐고, 느긋하게 휴일을 즐기던 국민은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국민의 기대감에 부응하듯 정전 66년 만에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에서 이뤄진 북미 정상의 만남, 그리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이 실현되는 역사적 순간이 연출됐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국민으로서 감격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트윗은 세계 각국의 시선을 한국의 DMZ으로 모았다. 70년간 이념의 장벽을 넘지 못했던 미국과 북한 관계가 140글자를 올릴 수 있는 트윗 하나에 무장해제된 것이다. 철벽같던 국경과 단절된 분단의 세상이 트윗 하나로 열리고 이어졌다.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긴박한 하루였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진행된 국가 간 소통과 교류는 변화된 지구촌 현실을 단박에 증명했다. 트윗 창구가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은 기존의 정상회담 관례를 모두 깼다.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회담 제안과 사전 협의, 의제 조율 및 합의문 성안, 의전 확정 등 복잡한 외교 절차를 모두 건너뛰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던 남·북·미 관계가 트윗으로 연결되면서 갑작스럽게 세 정상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트윗 회담에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용 정치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직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는 사실, 그것도 분단이라는 특별한 공간 DMZ에서 이루어졌다는 것과 남북미 정상이 DMZ에 섰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이 회담이 평화의 초석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트윗 하나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이념과 냉전 분위기에서 소통 가능한 세상의 문으로 한발 다가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회담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비핵화와 관련해 양측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그만큼 가야 할 길 또한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남·북·미 회담을 통해 세계 변화가 가상의 공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념에 발목 잡힌 채 여전히 좌우 논쟁에 갇혀 있는 우리와 달리 미래는 저만큼 내달리고 있다. 트윗으로 시작된 세계 변화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빗장을 풀 단초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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