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19.07.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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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영화가 개봉하면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홍보 활동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오늘은 나도 영화의 배우처럼 진천교육도서관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자 한다.

우리 도서관은 7월부터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제는 `나를 아는 최고의 방법, 스포츠 인문학이다'강사로는 로드FC 소속 격투기 선수 김형수,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임동현 선수,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공규택 작가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진천은 충북체육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촌 등이 있어 스포츠와 밀접하고 친숙한 지역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자연스럽게 스포츠에 대한 주제를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작가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다양한 경기장에서의 사례들을 갖고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에 인상깊었던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한다.

먼저 패럴림픽의 스키 경기다. 장애인 선수와 가이드 러너가 함께 레이스를 펼친다. 장애인 선수는 가이드 러너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레이스를 펼칠 수 있게 된다. 둘은 무선 마이크로폰으로 소통하며 출발선에서 도착지점까지 한 몸처럼 코스를 질주한다. 패럴림픽의 시각장애인과 가이드 러너가 함께 달리는 모습은 유무상생의 조화를 말하고 있다. 이 조화로움에 패럴림픽은 선수뿐 아니라 가이드 러너에게도 함께 매달을 수여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하게 보는 인식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순간이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알 것이다. 결승전에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고 8회 말 스코어는 한 점을 따라붙어 1대2 상황이었다. 살얼음판 승부에서 우리의 희생번트 작전을 예측하고 투수가 멀찌감치 던졌던 공(피치아웃)을 타자인 김재박 선수가 개구리처럼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동점을 만들었다. 뒤이어 한대화 선수의 홈런까지 더해져 5대2 역전 승리를 거두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이승훈 선수가 정재원 선수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바탕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경기 직후 정재원 선수는 자신의 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라 희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의 야구와 스피드스케이팅의 두 사례를 통해서 스포츠 경기에 있어서 희생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볼 수 있다.

사람에게는 가치 판단에 따라 최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희생의 선택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고 거부한다 해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집단의 이익을 위해 혹여 누군가에게 개인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이처럼 언 듯 보기에는 스포츠와 인문학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 책을 읽고 본 스포츠는 인문학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7월부터 진행되는 `나를 아는 최고의 방법 스포츠 인문학'진천교육도서관 프로그램에서도 참여하는 학생들이 인문학에 대해서 `배운다'혹은 `공부한다'라기 보단 재미있게 즐기며 인문학이 시나브로 스며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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