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 日 보복 현실화...업계 "국산화 박차"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 日 보복 현실화...업계 "국산화 박차"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7.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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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핵심소재, 계약시마다 심사...기존보다 절차적 불편함
안보 상 우방국인 '화이트 국가'에서 韓 제외 방침도 확정

미중 무역 갈등 간신히 봉합 속 국제 무역갈등 촉발 부담

업계 "日, 심각한 수출규제 않을 것" 관측 속 상황 예의주시

한일관계 갈등 더 깊어질 경우 전면적 수출금지 우려감도

자국 기업에도 피해 예상...애플·HP·델 등 美 업체 피해

국산 소재 비중 확대 계기 가능성에 '日 자충수' 분석도



일본 정부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를 겨냥한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필수 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두고 전면 금수 조치로 바라보고 있어 국내 산업계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사실상의 경제 제재 조치에 국내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삼성, LG, SK 등 관련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단기적으로는 뾰족한 수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소재 국산화를 추진하는 등 근원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화학제품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금수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안보상의 우방국가인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재료로 꼽힌다. 에칭 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이며, 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로 세 가지 소재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3개 품목 중 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기업의 세계 점유율은 90%에 달하며, 에칭가스도 90% 전후로, 일본 언론은 이들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로 반도체를 주요 산업으로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주 내에 이들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한국 수출규제 강화 개정안을 통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첨단 소재 등 수출규제 대상 품목에 대해 수출절 차의 간소화 등 우대 조치를 받아왔지만 4일부터는 약 90일이 소요되는 허가 신청과 심사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전자업체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거래처인 일본 업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국 기업에도 피해가 예상되고, 국제 무역갈등도 촉발 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 수출 규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현실화 됐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생산차질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일본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가기는 어렵다"면서 "전면적인 수출금지가 아니라 절차를 강화하는 것인 만큼 당장의 피해는 제한적일수도 있지만 한일 관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필수 소재 대부분을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품질에서 차이가 심해 국산화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 가지 품목 중 포로레지스트와 불산은 국내 업체들이 일부 생산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품질 등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면서 "일본의 원재료를 정제, 재가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면적인 수출 제한보다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불편함을 주는 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일본 소재 업체들의 입장에서도 실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 HP, 델 등 미국 주요 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진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주요 글로벌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중이 무역 갈등을 간신히 봉합한 모습을 띈 상황에서 일본이 나서서 판을 깰 수 있다는 부담을 과연 일본 정부가 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해준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수입 중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판단하며 이 경우 한국 소재 업체 이익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90일 이상 일본 수입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으나, 더 장기적으로 보면 소싱처 다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수입 규제로 거론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쓰이는 경우는 투명PI(CPI)로 폴더블 스마트폰 제품에 국한된다"면서 "실제 이로 인한 CPI 공급선 변화도 있기 때문에 폴더블 스마트폰 양산 차질 가능성은 낮고, 불산계가 아닌 초산(Acetic)계를 원료를 쓰는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SKC코오롱 PI의 PI제품은 이번 사안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계가 이미 지난해부터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재고 물량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일본의 이번 조치는 자충수가 될 것이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 제조사 및 소재 업체 중장기 수혜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일본 업체(Toshiba, Sharp, JDI)는 경쟁력 상실로 시장 점유율 확대 여력이 없고, 국내 제조사와 소재 업계도 일본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라며 "이번 이슈는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소재 기업 입장에서도 이번 이슈는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자국산 소재 비중 확대 계기가 될 것"이라며 후성(불산), 동진쎄미켐(포토레지스트) 등 국내 소재 업체들의 중장기적인 국산화 수혜 가능성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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