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구경
반딧불 구경
  • 서원진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 승인 2019.06.30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서원진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서원진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지난달 충북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린 반딧불·곤충축제에 다녀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마침내 찾았는데 엄청난 인파에 무척 놀랐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넓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도시락을 먹거나 무대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관람하고 있었다.

체험 부스에서는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 꽃과 나비춤의 대화, 충북곤충연구회 홍보 판매관, 곤충 공예 등 문화체험, 곤충 과학교실, 곤충 표현 콘테스트, 곤충 영화 상영 및 문학방 농경문화 역사관, 푸드 트럭 등 많은 체험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곤충을 이용한 대체 먹거리는 우리네 식탁과 연결돼 있어서인지 유독 관심이 갔고 무대에서 펼쳐지는 인형극과 영화에도 많은 아이들이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중에 우리 가족의 눈에 띈 부스는 곤충 옷을 입고 사진 찍는 곳이었다. 올해 여섯 살, 네 살인 두 딸은 이 옷을 입고 싶다, 저 옷을 입고 싶다며 알록달록한 옷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리 예림이는 꿀벌 옷이 예쁘겠다. 우리 예은이는 꽃 옷이 예쁠 것 같고….”

무료로 빌려줬기에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어 좋았는데 즉석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까지 촬영해줘 아이들에게 더 큰 추억거리를 안겨준 것 같아 참 고마웠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반딧불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올해 열세 살, 열 살인 두 아들이 가장 기대하고 관심을 보였던 터라 도심 속에서의 반딧불의 모습은 어떨까 은근히 궁금하기도 했다.

1시간 동안을 줄을 서 기다린 끝에 우리에게도 반딧불 관람 차례가 왔다.

“아빠, 좀 있으면 우리 차례예요.”

큰 아이의 목소리는 흥분돼 있었다.

반딧불은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둥근 하우스 안에 전시돼 있었다. 곳곳에 뭉치, 뭉치로 반딧불을 구경하게끔 해 놓았는데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 자연 속의 자연스러운 반딧불의 모습은 누릴 수 없었던 게 아쉽긴 했다. 하지만 다른 불빛들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깜깜한 하우스 안에 비친 불빛들이 마치 LED가 켜져 있는 것 같은 화려하고 멋진 느낌을 받았다.

`곤충의 꼬리에서 어떻게 이런 빛이 나지?'

특히 반딧불로 만든 터널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나 네 살 막둥이 딸에게 캄캄한 곳은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무섭다고 얼른 나가자고 아우성이었다.

자연 속에서 직접 봤다면 얼마나 신비롭고 예뻤을까, 급히 나오게 된 상황이 못내 아쉽긴 했으나 반딧불을 처음 마주하게 된 아들들은 마냥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아빠, 반딧불을 실제로 보니 무척 흥미로웠어요. 다음에도 또 오고 싶어요.”

입가에 미소 머금으며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귀한 선물을 안겨준 것 같아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에도 또 올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관람 시간에 비해 긴 기다림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으나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고,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직접 와서 보니 아이들에게 더 강한 인상과 느낌을 준 것 같아 즐겁고 행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