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 일일히 일으켜세우며 "훌륭한 리더들" 찬사

최근 투자 결정한 롯데의 신동빈 회장과 손 맞잡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화웨이 언급 없어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 대기업을 필두로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훌륭한 리더"라고 치켜세우는 한편, 더욱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강조했다.



방한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18명의 재계 총수가 참석했다. LG그룹에선 구광모 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부회장이 (주)LG 공동대표 자격으로 대참했다.



이날 재계 총수들은 간담회 예정 시간보다 2시간 가량 빨리 현장에 도착해 8시30분께부터 한미 경제인 미팅에 참여했다. 호텔 출입은 보안상 이유로 엄격히 통제됐으며, 취재진과 시민들은 정문 앞에 운집했다.



간담회는 약 10시20분부터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 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삼성, 현대, SK, CJ, 두산을 이끄는 훌륭한 리더들이 자리에 함께했다"며 호명된 기업의 총수들을 한 명씩을 차례로 일으켜 세우고, "제가 언급한 기업들은 미국에 많은 투자를 했다. 미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금보다 투자 확대에 더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대미 투자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 대기업을 필두로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님도 오늘 자리를 함께 해주셨다"며 최근 롯데의 대미 투자 결정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과 하이파이브를 하듯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훌륭한 많은 일들을 성취하셨는데 제 옆에서 같이 말씀을 해주셔야 할 것 같다"며 "신 회장께서는 지난달에 워싱턴을 방문해서 3조6000억원 투자하기로 해주셨다"고 강조했다.



간담회는 당초 예상됐던 화웨이 제재 등에 대한 민감한 내용 없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재계에 반(反)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고 압박을 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중 무역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도 굉장히 중요했다"며 "지금 중국과 미국은 무역협상을 계속 이어왔지만 불행하고 안타깝게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굉장히 강하고 영리하고 똑똑한 인물이다. 미국도 굉장히 좋아하는 그런 분"이라며 "일본 오사카에서의 좋은 회담을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을 정상 궤도로 복귀시켰으니 앞으로 미중 무역협정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중 무역 문제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직후 행사장을 나온 권영수 부회장은 '화웨이 사태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날 간담회에서 화웨이 사태에 따른 압박은 없어 안도했지만, 대미 투자라는 숙제가 남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간담회까지 진행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롯데와 삼성의 건축물에 대한 찬사를 하면서 '부동산 재벌'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의 본사 건물을 보고 굉장히 놀란 적이 있다. 굉장히 큰 건물"이라며 "롯데타워도 처음에 보고 나서 저 높은 곳이 어떤 건물이냐며 굉장히 감탄을 했는데 그것은 롯데 건물이었다. 아름다운 타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타워를 세운 데 대해서 저는 아주 잘하셨다고 축하의 말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여러 건축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떤 자제를 사용하고 디자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지금 제가 언급한 삼성과 롯데의 건축물을 보면서 감탄을 했고 너무 훌룡한 일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